"'무상사용' 취지 사용허가…편의점 등 수익 활동시 증여세 대상"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도서관을 기부한 재단이 학교측으로부터 일부 시설의 무상사용 허가를 받았다가 이를 제3자에게 임대해 수익활동을 벌였다면 사실상 '증여'로 볼 수 있어 학교측은 증여세를 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서울대가 관악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신고시인결정통지 취소 청구를 지난달 20일 기각했다.
서울대가 기부받은 도서관 부지 일부를 기부 재단에 무상 사용토록 허가했으나 이 재단이 수익 활동을 벌였다면 이를 사실상 '증여'로 볼 수 있고 이에 따라 세금을 부과한 세무당국 처분이 적법하다는 취지다.
서울대학교 정문 전경 /김학선 기자 yooksa@ |
앞서 서울대는 지난 2012년 공익법인 관정재단으로부터 관악캠퍼스에 최신식 도서관인 관정도서관을 신축해 기부 받기로 협약하고 2014년 준공, 2015년 2월 서울대 명의로 도서관에 대한 소유권 보존 등기를 마쳤다.
서울대는 이후 관정재단에 도서관 1층 및 2층 일부인 942.15㎡ 부지를 25년 간 교직원과 학생들의 편의시설을 운영하는 목적으로 무상사용 하도록 허가했다.
그러나 관정재단이 이 부지를 문구점이나 편의점 등으로 제3자에게 임대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관악세무서는 서울대가 관정재단에게 이 부지를 무상 사용하게 한 것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4년 12월 개정 전) 제48조 제 3항에서 정한 증여세 부과대상에 포함된다고 봤다. 이에 이 부지 사용부분에 대한 증여세 6억6990만원을 부과했다.
해당 조항은 공익법인 등이 출연받은 재산 등을 그 출연자 등에게 임대차, 소비대차, 사용대차 등 방법으로 사용 및 수익하게 하는 경우 증여세 대상이 된다고 규정한다.
서울대는 2018년 7월 이 부지 사용에 대한 증여세를 신고 및 납부했고 이수 세무당국이 신고시인 결정을 내렸으나 같은해 12월 이 처분에 불복했다.
법원은 그러나 이같은 서울대 측 주장을 기각하고 세무당국의 증여세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협약서에는 해당 재단이 서울대에 건물 자체를 건립해 기증한다는 내용만이 기재돼 있을 뿐이고 건물 일부 면적이나 시설 무상사용권이 유보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약서 제2조에 '기부자의 뜻을 기념하기 위한 표시를 하고 별도의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나 이는 문언상 기부자 뜻을 기념하기 위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는 취지에 불과해 이 사건 사용부분과는 무관하다"며 "해당 부지에 실제 도서관 이용자들의 편의 시설이 입점해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상업시설에 해당하고 공익목적 달성에 필요한 사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