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 발행사와 공모해 불법대출…자본시장법 위반
피고인 20명 대부분 혐의 부인…유준원 대표 보석청구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유준원(46) 상상인그룹 대표를 비롯해 피고인만 20명에 달하는 이른바 '상상인 불법대출' 사건이 내달 정식 재판에 돌입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7일 오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 대표와 회사 관계자, 전환사채(CB) 발행사 대표 등에 대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첫 공판기일을 10월 8일로 지정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특혜 대출 의혹을 받고 있는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가 6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20.06.19 dlsgur9757@newspim.com |
재판부는 이달 중으로 유 대표 등 피고인들에 대한 준비절차를 한 차례 속행해 증인신청 등 세부내용을 다시 정리할 방침이다. 또 유 대표 측이 청구한 보석에 대해서는 "아직 검찰 의견을 받아보지 못했고 보석 심문을 통해 진행할지 준비절차 진행 내용으로 판단할지도 생각해보겠다"며 심문기일 지정을 보류했다.
앞서 유 대표 측은 지난 4일 재판부에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 달라"며 보석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내달 열리는 정식 재판에서는 검찰의 공소장 진술 및 유 대표 측 변호인의 공소사실 의견을 듣고 쟁점을 정리할 예정이다.
유 대표 측 변호인은 "사기적 부정거래라고 볼 외관상 허위사실이 없고 시장혼란을 초래한 외관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다른 피고인들도 대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부인하거나 공모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상상인그룹의 상호저축은행법 위반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해 10월 31일 제재심의위원회을 열어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 기관경고를, 유 대표에게 직무정지 등 징계를 내렸다. 아울러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당시 김형근 부장검사)는 같은해 11월 강제수사에 착수한 뒤 지난 7월 유 대표와 그의 주가방어를 도왔다는 의혹을 받는 검찰 출신 박모 변호사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이와 함께 관련자 18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유 대표가 코스닥 상장사들에게 사실상 고리 담보대출업을 하면서 외관상으로는 상장사들이 전환사채(CB) 발행에 성공해 투자금을 유치한 것처럼 허위 공시해 투자자들을 기망할 수 있는 대출상품을 만들어 판매했다고 봤다.
검찰에 따르면 유 대표는 지난 2015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9개 상장사 대표들과 공모해 실질적으로는 이들 상장사에 대한 담보대출임에도 저축은행 등이 합계 623억원 상당의 CB를 인수해 상장사에 납입한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 대표는 또 2017년 7월 저축은행이 명목상 투자조합을 통해 180억원의 여신을 제공해 다른 상장사가 담보 없이 250억원의 CB 발행에 성공한 것처럼 속이고 자신이 보유하던 주식을 팔아 약 50억원의 차익을 본 혐의도 받고 있다.
이밖에도 골드브릿지 증권 인수 등을 통한 그룹 확장을 위해 박 변호사와 공모해 수백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벌인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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