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SSG닷컴, 밤에는 마켓컬리...두탕 뛴 배송기사 확진에 '비상'
잇단 물류센터 셧다운, 인력조달 방식 문제...업계 "셧다운 확산 무섭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추석 대목이 다가온 가운데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에 이어 마켓컬리에서 28일 배송기사가 잇달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실상을 들여다보니 이들 배송기사는 동일 인물로 확인됐다.
단기 근로자 형태로 일터를 옮겨 다니는 배송기사의 근무 특성상 사람간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감염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재차 확인되면서 이커머스 업계에도 '셧다운 공포'가 다시 확산하고 있다.
SSG닷컴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003 내부 전경. [사진=SSG닷컴] 2020.08.28 nrd8120@newspim.com |
◆낮에는 SSG닷컴, 밤에는 마켓컬리...두탕 뛴 배송기사 확진에 '비상'
29일 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와 마켓컬리는 이날 오전 배송기사의 코로나19 확진으로 각각 물류센터와 제2화물집하장이 폐쇄됐다.
두 업체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배송기사는 같은 인물로 밝혀졌다. 낮에는 SSG닷컴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003에, 밤에는 마켓컬리의 제2화물집하장으로 출근해 배송 업무를 수행했다.
해당 확진자는 지난 26일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날 보건소로부터 재검 통보를 받은 직후 검사를 진행하고 이날 양성 판정을 받았다.
SSG닷컴은 배송기사 확진 통보를 받은 직후 네오003 물류센터를 폐쇄했다. 마켓컬리도 이날 오전 확진자가 나온 제2화물집하장을 폐쇄하고 방역작업을 벌였다.
SSG닷컴과 마켓컬리는 건물 폐쇄로 배송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이날 확진자가 나온 SSG닷컴과 마켓컬리는 기업이 배송을 책임지는 직매입 비중이 높은 편이다.
SSG닷컴은 네오003의 배송을 전면 중단했다. 해당 물류센터는 영등포·구로 등 서울 서남권의 주간배송은 물론, 일부 새벽배송을 담당하고 있어 해당 지역 배송도 당분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네오003이 하루 처리하는 주문 물량은 3만5000건이다. 3개 물류센터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날 오전까지 주문한 건에 대해서는 환불과 주문 취소 처리할 예정이어서 매출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SG닷컴은 이날 오전 물건을 주문한 고객에 안내 문자를 보내고 관련 내용을 홈페이지에도 게재했다.
SSG닷컴 관계자는 "네오 물류센터가 2개 더 있지만, 네오003의 주문량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판단 아래 네오003의 담당하는 서울 서남부 지역의 배송을 이날 중단했다. 방역당국과 협의를 거쳐 운영을 재개하기 전까지 배송은 당분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켓컬리는 이날 문을 닫은 제2화물집하장의 주문 물량을 나머지 5개 화물집하장으로 분산해 배송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제2화물집하장은 서울 은평·경기 김포·인천 등 서울 서북부 지역을 담당하는 배송기사들의 동선을 고려해 포장이 완료된 물품들을 모아놓는 곳이다. 상대적으로 상품을 보관하고 포장하는 물류센터보다는 물건을 다른 집하장으로 분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SSG닷컴이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한 코로나19 확진 공지문. [사진=홈페이지 캡처] 2020.08.28 nrd8120@newspim.com |
◆잇달아 나온 확진자, 인력조달 방식 원인...업계 "집단감염 재확산" 우려
문제는 2차 감염이다. 두 업체에서 현재까지 추가 확진자가 나오거나 의심 증상을 호소하는 직원들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배송기사에서 시작된 집단감염 사례는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속출했을 지난 5월에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
물류센터발(發)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당시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일한 배송기사가 친분이 있는 쿠팡 고양 물류센터의 배송기사를 감염시킨 선례가 있다. 이 둘은 함께 위험시설인 PC방을 방문하면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했던 콜센터 직원이 동료를 감염시킨 경우도 있었다.
물류센터에서 꾸준히 확진자가 나오는 것은 물류센터의 인력을 조달하는 방식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배송기사들은 이커머스 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는게 아니라 지입사와 단기 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송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쿠팡을 제외한 SSG닷컴과 마켓컬리 등 상당수 이커머스 업체들은 지입사와 계약을 맺고 배송 서비스를 진행한다.
지입사는 개인의 운송 영업권을 취득해 기업체에 차량과 배송기사를 지원하고 공급하는 업체를 말한다.
이커머스 업체의 경우 단기 근로자 형태로 일하는 배송기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할 수 없고 확진 여부를 파악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상 방역에 허점이 있는 셈이다. 방역당국으로부터 배송기사의 확진 여부를 통보받거나 배송기사가 직접 업체 측에 이 같은 사실을 전달하지 않는다면 알 길이 없다.
게다가 배송기사들이 드나드는 출입구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발열 체크를 한다는 등 방역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감염 초기 무증상 현상을 보인다면 걸러내는데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에 이커머스 업계에서 물류센터 셧다운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 최대 대목인 추석 명절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물류센터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확산되면 배송 차질에 더해 신뢰도 하락에 따른 고객 이탈이라는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배송기사들은 여러 업체를 옮겨 다니고 기업들과 직접 계약을 맺는 게 아니라서 확진 판정을 받았는지도 파악하기 쉽지 않다"며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지 않은 만큼 추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는데 물류센터 집단감염이 확산될까 무섭다"고 말했다.
nrd8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