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듯 같은 OTT 협의체만 4개월 새 3개 신설
OTT업계 "정부 관심 좋지만...가려운 곳 긁어주길"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여러 부처에서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산업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는데 얼마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지 솔직히 와 닿지는 않습니다.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어느 부처가 주도를 할 지 이런 부분에서 합의가 필요해 보입니다."(OTT업계 관계자)
"넷플릭스와 경쟁하려면 결국 토종 OTT들이 플랫폼 하나를 만들어서 그곳에서만 인기 한류 콘텐츠를 서비스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걸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하는데 이 역할을 어떤 부처에서 맡을지 의문입니다."(미디어 업계 관계자)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18일 이태현 웨이브 대표, 양지을 티빙 부사장, 김훈배 KT 신사업본부장(시즌), 박태훈 왓챠 대표와 만나 간담회를 갖고 사업자들에게 국내 사업자간 콘텐츠 제휴 등을 요청했다. [사진=방통위] 2020.08.18 nanana@newspim.com |
28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OTT 정책협력팀'이 지난 20일 신설됐다. 이로써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통위까지 정부 산하에 올 한 해만 총 세 개의 관련 조직이 만들어졌다.
관계부처에서 저마다 유사한 조직을 만들면서 업계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유망 신사업으로 떠오르면서 정부 관심이 커진 것은 좋지만 논의 내용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아 잦은 소집에 피로감이 쌓이는 것은 물론, 이들 조직이 아직 뚜렷하게 제시한 청사진도 없다는 것이 OTT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OTT업계 관계자는 "부처마다 의지는 있지만 어느 부처에서 정책을 주도해서 할 지 합의가 안 된 것으로 보인다"며 "각 부처에서 OTT 산업 이슈를 우리가 주도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 25% 성장하는 유망산업에 각 부처 '눈독'
글로벌 OTT 시장은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25.5%의 성장세를 이어온 유망 산업이다. 오는 2023년에는 88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성장성에 비해 아직 정부 입장에서 OTT 산업은 미답지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지상파 방송, 종합편성채널은 방통위가, 케이블TV, 인터넷(IP)TV 등 유료방송은 과기정통부가 담당하고 있다. OTT는 아직 어느 쪽으로도 분류되지 않아 향후 어느 부서에서 관리하게 될 지 알 수 없다.
이에 관계 부처들은 잇따라 앞으로 성장세가 확실한 OTT산업과 관련된 조직을 만들며 주도권을 쥐기 위해 앞서고 있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인터넷동영상 서비스 법제도 연구회' 를 개최했다.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하는 모습. [사진=과기정통부] 2020.08.27 nanana@newspim.com |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문화체육관광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4월 'OTT 콘텐츠 글로벌 상생협의회'를 만들었다. OTT 콘텐츠를 중점으로, 제작사 및 플랫폼과 협력해 OTT에 탑재할 콘텐츠 제작을 지원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올해 추경에 OTT 콘텐츠 다국어 재제작지원을 위한 예산 10억원을 반영하는 등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31일 OTT 등 미디어 시장 구조 개편 및 법 제도 정비방향을 논의하겠다며 '인터넷동영상 서비스 법제도 연구회'를 발족했다.
후발주자인 방통위도 지난 20일 방송기반국 아래 태스크포스(TF)팀인 'OTT정책협력팀'을 신설했다. 내일 OTT 실무진들과의 첫 회의가 열린다.
문체부는 콘텐츠 제작을, 과기정통부는 OTT를 포함한 미디어법·제도를, 방통위는 국내 OTT사업 지원을 맡겠다고 나섰지만 사업자도 정부관계자도 명확한 구분점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지금 OTT는 방송영상에 속하는 것인지, 통신에 속하는 것인지, 큰 콘텐츠 안에 넣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직 합의가 되지 않았다"며 "OTT서비스의 범위도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부처의 바운더리가 어디까지라고 확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OTT업계 관계자도 "각 부처가 가진 관점과 담당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세 OTT 관련 조직의 필요성은 있다"면서도 "눈에 보이는 진전은 없었고 구체적인 방향도 아직 없어 사업자 입장에서도 실질적인 효과를 예상하기엔 이른 단계"라고 말했다.
◆K-OTT 성공에는 정부재정지원 필수라는데...업계는 규제 늘까 걱정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티빙(TVING) 홈페이지 2020.07.31 abc123@newspim.com |
업계에서는 국내 OTT사업자들이 해외사업자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지려면 콘텐츠나 법 제도 차원의 논의도 좋지만, 결국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넷플릭스가 압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인기 국산 콘텐츠를 사업자 구분없이 모두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반면 국내 사업자들은 각 플랫폼에서 배타적으로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어, 제약없이 인기 콘텐츠를 보려면 서비스 3~4개를 동시에 유료 구독해야 한다.
한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작 콘텐츠를 투자금을 나눠 참여해 만드는 정도로는 한계가 있고 결국은 통합 플랫폼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토종 OTT끼리 힘을 합쳐서 넷플릭스와 경쟁할 힘과 규모를 가지라고 하지만 사업자 각자의 생각이 달라 연합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민간의 손에 맡기기보다는 사업자들이 통합 플랫폼에 들어올 수 있도록 정부가 인센티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보다는 해당 조직들이 규제를 더 만들어내지 않을지 우려하는 모양새다.
특히 방통위의 정책협력팀의 경우, 방통위가 사후규제기관인 탓에 '결국 규제를 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냐'는 걱정이 이어졌다. 하지만 방통위는 "국내 OTT사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같은 지적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수경 방통위 방송기반국 OTT정책협력팀장은 "규제기관과 진흥기관으로 나눴던 것은 이전 정부의 조직 구성원리였는데 신 산업까지 규제와 진흥으로 나눠 접근할 이유는 없다. 해외 OTT사업자들과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국내 사업자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다방면에서 고민할 것"이라며 "내일 첫 회의에서는 어느정도 봉합이 된 저작권이슈 외 국내 OTT사업자들의 다른 애로사항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보겠다"며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