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삼성물산·LF 등 200여명 감원...영원무역 연봉 18% 삭감
"재택근무 하는데 누가 옷을 사나"...코로나19 재확산에 시름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패션업체들이 상반기 정규직의 10%를 감원하거나 일부 임금을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해 중 매출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가을·겨울 시즌을 앞두고 코로나19가 재확산 됨에 따라 무급휴직 확대 등 추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상태다.
◆패션 대기업, 직원 200여명 정리...OEM·ODM 업체는 타격 막심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원과 삼성물산, LF, 한섬 등 주요 패션 기업 재직자는 올해 상반기 동안 정규직 및 비정규직을 포함해 총 200여명이 줄었다.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0.08.26 hrgu90@newspim.com |
가장 감원 폭이 큰 것은 신원이었다. 신원은 올 상반기에만 총 93명, 전체의 15%에 달하는 인원이 감소했다. 579명에 달하던 정규직원은 515명으로 11% 감소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지난해 말 1587명에서 올 상반기 1523명으로 64명 감소했다. 정규직 감원 폭은 46명, 기간제 근로자 감원 폭은 18명으로 파악됐다.
LF 또한 지난해 말 1086명에서 올해 1052명으로 34명 감소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한섬은 전체 직원은 1457명에서 1448명으로 9명 줄었으나, 기간제 근로자가 32명에서 55명으로 23명 증가했다.
해외 수출 의존도가 높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업자개발생산) 업체들은 상황이 더 열악하다. 중소·중견 OEM·ODM 업체들은 분기별 공시를 하지 않았지만, 이미 신성통상, 한솔섬유 등은 지난 4월 해외 사업부 관련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주 4일 근무 등을 시행하면서 평균임금이 크게 줄어들기도 했다. 아웃도어 의류를 수출하는 영원무역의 경우 직원 감소 폭은 2명에 그쳤지만, 반기 평균연봉이 3400만원에서 2800만원으로 18% 감소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패션 계열사는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세분돼 있어 위기 상황에 리스크 헷지가 가능하다"면서 "통상회사의 경우 주 먹거리가 수출입 소싱이다 보니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이 막심하다"고 말했다.
◆주 1~2회 무급휴직 등 고강도 자구안 마련..."겨울옷 장사 어쩌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요 패션 기업들은 임원 자진 연봉 반납, 연차 소진 등 자구안을 마련해 실행해왔다. 하지만 초기 자구안만으로는 영업손실 보전이 어려워 추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태다.
패션 대기업인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25일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해 전 임직원에게 공지했다. 추가 자구안은 주당 1~2회 무급휴가를 자율적으로 신청하라는 내용이다. 자율 신청이니만큼 강제는 없지만, 어려운 회사 사정이 직원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리테일 대표는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불필요한 비용은 줄여 왔고 부실 점포는 클로징했다"며 "여기에 대표는 50%, 임원은 30%의 임금을 반납했고 리더들은 직책수당을 반납하는 등 모두가 노력했지만 큰 폭의 영업이익 역성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지난 15일 이후 빠르게 재확산되면서 패션 업체들의 시름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의류 사업 특성상 봄·여름 보다 고가의 가을·겨울 시즌 의류의 매출 기여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해 장사는 겨울옷 매출이 판가름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후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의류 소비는 상반기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은 3단계로 격상은 물론이고 2단계 장기화에 따른 피해도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대기업 패션업체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서 '매출이 좀 올라가겠구나' 생각했는데 광화문 발(發) 코로나가 확산돼 걱정이 많은 상황"이라며 "온라인 채널 등 다양한 판로를 미리 준비한 대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 하겠지만,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해를 넘기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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