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햬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의 7월 인플레이션 지표에 세간의 시선이 집중됐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0.6% 상승,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0.3%를 크게 웃도는 결과를 보인 가운데 특히 자동차와 의류 등 일부 품목의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것.
이는 월가의 구루들 사이에 이른바 슈퍼 부양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 경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과 맞물려 관심을 끌고 있다.
월가 [사진=블룸버그] |
미국의 최근 지표가 주요국 전반의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라면 채권 투자자들을 크게 긴장시키는 대목이라는 얘기다.
시장 전문가들은 특히 멕시코와 러시아, 인도를 중심으로 신흥국 채권이 인플레이션 상승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 3개 국가의 실질금리는 신흥국 가운데 3년 평균치를 가장 크게 밑도는 실정이다.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뛰 경우 3개 국가 채권시장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 남아공과 인도네시아 채권시장의 저항력이 주요 신흥국 가운데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 상승은 실질금리를 끌어내려 채권 투자자들의 리스크에 대한 보상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대표적인 악재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물가 상승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완화에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BNP 파리바의 장 찰스 샘버 신흥국 채권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인해 신흥국 중앙은행이 통화완화 기조에서 일정 부분 후퇴하거나 중립적인 기조로 돌아설 경우 채권시장에 공격적인 매도 움직임이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일부 신흥국에서는 인플레이션 상승 조짐이 두드러진다. 올들어 인도의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지난 3월을 제외하고 매달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6.0%를 웃돌았다.
이 때문에 인도의 10년물 국채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 0.68%까지 후퇴한 상황이다. 투자자들은 음식료를 중심으로 인도의 물가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황은 러시아도 마찬가지. 지난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연율 기준 3.4% 상승했다. 이는 8개월래 최고치에 해당한다. 물가 상승으로 인해 10년 만기 국채의 실질 금리는 2.78%로 후퇴했다.
멕시코 역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7월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이 3.62%로 뛰었다. 중앙은행 정책자들은 금리 추가 인하를 단행해야 하는 실정이지만 물가 상승에 발목을 붙잡힌 모습이다
반면 신흥국 전반의 인플레이션 지표는 지난 6월 기준 3.01%로 떨어졌다. 이는 10년 평균치인 4.75%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른바 리플레이션 압박이 장기간에 걸쳐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옮겨갔고, 이 같은 추세가 최근 들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뿐 아니라 주요 신흥국도 일제히 적극적인 부양책에 나섰고, 인플레이션 상승은 시간 문제라는 데 투자자들은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통화정책 기조의 반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움직임이다. 인플레이션 상승이 가파른 지역을 중심으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