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이어 이달 매각소위와 간담회 개최
3.5조원 투입 후 2.5조 회수, 보유지분 10%
"IFRS17 아래 '한화생명' 타격 커" 부정적 전망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가 한화생명 보유지분 매각을 위한 논의에 나선다. 올 2분기 순이익이 173%가량 늘면서 매각 여건을 다시 살펴보려는 것이다. 한화생명은 실적 악화, 부정적인 산업 전망 등으로 지난 3년간 주가가 5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자위는 오는 24일 매각소위원회와 간담회를 열고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한화생명 잔여지분 10%의 매각 여건을 점검한다. 통상 분기마다 이뤄졌던 논의가 2개월 연속 진행되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서울 여의도 한화생명 [사진=한화생명] 2020.08.13 tack@newspim.com |
공자위와 매각소위는 지난달에도 간담회를 열고 한화생명 주가 흐름, 재무, 실적 등을 공유했다. 최근 한화생명이 호실적을 내놓으면서(순이익 2분기 173%·상반기 88% 증가) 매각 여건을 또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 간담회 안건은 의결 대상이 아니라 결정이 바로 내려지진 않는다.
이처럼 공자위가 고심을 거듭하는 것은 한화생명 매각 여건이 그만큼 좋지 않아서다.
예보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1999년, 2001년 한화생명 전신인 대한생명에 공적자금 3조5500억원을 투입했다. 이후 2002년 한화컨소시엄에 대한생명 지분을 매각하고, 한화생명 기업공개, 시간외 대량매매 등을 거치며 2조5000억원 가량을 회수했다. 이 기간 예보의 지분도 100%에서 10%로 낮아졌다.
예보로선 남은 10%의 지분도 매각해 나머지 원금을 회수해야 하지만, 한화생명 주가가 급락해 섣불리 나서질 못하고 있다. 한화생명 주가는 현재 1485원(18일 종가). 예보가 마지막으로 지분을 매각한 3년 전(7000원 중반)과 비교하면 5분의1 수준이다. 원금 회수를 위한 적정 가격(1주당 1만원선)에도 크게 못미친다.
이 기간 한화생명의 순이익이 크게 악화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한화생명 순이익은 별도 기준 2017년 5254억원에서 2018년 3592억원, 2019년 1146억원 순으로 감소했다.
문제는 한화생명 주가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한화생명 주가는 이달 3일 1465원에서 실적 발표일 1645원까지 올랐다가 바로 떨어졌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보험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지만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 손해율 하락분을 제외하면 큰 변화는 없다"며 목표주가를 하향하기도 했다.
특히 한화생명은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생명보험사 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으로 꼽히고 있다. IFRS17 골자는 원가로 하던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는 건전성이 악화돼 자본을 더 끌어와야 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생명은 과거 확정형 고금리 상품을 공격적으로 판매해 보험부채의 평균 부담이율이 5%에 육박한다. 저금리 시대에 매월 고정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많다는 의미"라며 "보험부채를 원가에서 시가로 전환하는 IFRS17 아래에서는 자본을 그만큼 많이 쌓아놔야 한다"고 했다.
이에 공자위도 한화생명 지분 매각의 적절한 시점을 찾기 위해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재 한화생명 주가가 매각하기엔 낮은 수준"이라며 "'낮은 가격에라도 팔아야 했다', '왜 그때 팔았느냐' 등의 상반된 평가가 나올 수 있어 공자위로서도 매각 결정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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