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피해자가 엄벌 원하는데다 범행 부인해"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설연휴에 길을 가던 연인에게 '묻지마' 칼부림을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50대 남성이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대연 부장판사)는 19일 살인 및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배모(54)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배씨는 설 연휴였던 1월 26일 0시쯤 서울 용산구 효창동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A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이를 말리던 A씨의 연인 B씨를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7월 20일 이뤄진 결심공판에서 "잔혹한 범죄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배씨는 일부러 A씨에게 다가가 어깨를 밀치며 시비를 걸었고 자신의 집에서 흉기를 가져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배씨 측은 그간 A씨를 살해하려던 의도가 없었고 분노조절장애·양극성장애 등이 있다며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서울서부지법.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2020.06.03 kmkim@newspim.com |
하지만 재판부는 배씨의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신감정의 소견서엔 환자로부터 면담, 심리검사 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제3자로부터 병력을 청취해 종합 판단해야 하는데 감정 시점엔 주변인으로부터 병력 청취가 불가능해 증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돼있다"며 "또 이 사건 범행 이전에 정신과적 진료 받은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현 정권의 정책에 대해서 화가 난다는 이유로 피고인과 일면식도 없고 단지 길을 지나가고 있었던 피해자들에게 고의로 어깨를 부딪치는 등 시비를 걸었고 피해자들이 크게 대응하지 않고 자리를 피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 흉기를 가져와 쫓아가서 피해자 A씨를 칼로 찔러 잔인하게 살인하고 이를 말리던 피해자 B씨 대해선 약 6주간의 상해를 가했다"며 "이는 별다른 이유 없는 무자비 살인"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살해 현장을 목격했고 결혼을 약속했던 사이이자 폭행을 당한 피해자 B씨도 극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후유증도 남은 것으로 보인다"며 "사망한 피해자를 잃은 유족들도 심각한 정신적 고통으로 일상 영위를 하지 못 하고 있다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데도 피고인은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고 있고 B씨와 A씨의 유족들한테도 용서받지 못 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 사건 범행 이전에도 별다른 이유 없이 지나가던 행인을 폭행하는 등 종종 유사한 폭력 범죄 수회 저질러서 수차례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 집행유예 기간 중에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다만 이 사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정신적 문제도 다소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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