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안 국민투표로 채택하면 대선 재실시하고 결과 수용"
개헌안 알 수 없고, 러 지원 의사에 정권 교체 실현 불투명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옛 소비에트연방(소련) 독립국인 벨라루스의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헌법개정안이 국민투표로 채택되면 헌법에 따라 선거를 다시 실시하고 권력을 이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대통령은 국민투표를 통해 헌법개정안이 채택되면 "헌법상의 권한을 이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이 원한다면 관련 국민투표 뒤에 의회와 대통령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사진= 로이터 뉴스핌] |
그의 이런 발언은 개헌안이 국민투표로 확정되면 대선을 다시 실시하고 총선을 개최해 그 결과에 따라 사임하겠다는 뜻으로 시위대 요구를 일부 받아들인 것처럼 보인다. 앞서 루카셴코 대통령은 시위대의 대선 재실시 요구에 '이미 선거를 치렀다'며 수용 불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개헌안 내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고 러시아가 지원 의사까지 밝힌 상황이라 실제 정권 교체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로이터는 전에도 루카셴코 대통령이 개헌안 관련 발언을 한 바 있어 시위대가 그의 제안에 만족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도했다.
현재 벨라루스에서는 6연임이 확정된 루카셴코 대통령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9일 치러진 대선에서 약 80%의 득표율을 확보해 압승을 거둔 것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시위대는 선거 과정에서 부정 행위가 있었다며 대선 직후부터 그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6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시위에 최대 20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최후의 독재자'로 불리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1994년부터 정권을 유지해왔으나 최근에는 그의 독재 체제와 코로나19(COVID-19) 대응 실패, 경기 침체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국민들 사이에 폭발한 탓에 정권 존립이 위협받고 있다.
16일 러시아는 최근 벨라루스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자 옛 소비에트연방(소련) 국가들과 맺은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의 공동방위 조약을 언급하며 벨라루스에 군사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서방으로 연결되는 자국의 에너지 파이프라인이 벨라루스를 지나고 있고, 벨라루스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어느 국가보다 벨라루스 상황을 주시 중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벨라루스 문제에 개입하기를 원하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벨라루스에서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000년대 이후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등 옛 소련 국가들 사이에서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되면서 이른바 강권 통치 체제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모스크바 로이터=뉴스핌] 이홍규 기자 =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벨라루스 대사관 인근에서 한 시위자가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초상화를 들고 벨라루스 대통령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2020.08.11 bernard0202@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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