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션 현금성 자산 5852억·제일기획 4700억 규모
삼전, 북미 마케팅 10%만 제일기획에 맡겨…현지화 가능성
디지털·비계열 확대도 관심…이노션, 현대차 전략 따라갈 듯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제일기획, 이노션 등 대기업 광고대행사들의 글로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럽,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제일기획은 북미시장에, 북미 매출이 많은 이노션은 유럽 등으로 영역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각사들은 주요 계열사들의 시장 확대 전략에 맞춰 현지화에 나서는 동시에 디지털에 강점을 가진 기업들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제일기획의 '인디아 레디 액션' 캠페인 [사진=제일기획] |
◆ 제일기획 유럽·중국 비중 58%…이노션 70%가 미주
14일 업계에 따르면 제일기획과 이노션은 글로벌 인수합병(M&A)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제일기획은 2008년 영국 BMB 인수 이후 16개의 크고 작은 M&A를 진행했다. 이노션은 2015년 미국의 데이비드&골리앗(David&Goliath)을 시작으로 지난해 호주의 디지털광고기업 웰컴을 인수한 바 있다.
양사 모두 현금성 자산이 계속 늘고 있어 M&A에 관심을 키우고 있다. 이노션은 2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5852억원에 달한다. 제일기획은 약 4700억원 수준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70~80% 수준인 양사 모두 계열사의 목표 시장을 중심으로 영역을 확대해왔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이 아이폰 위주의 미국보다 유럽 시장을 주로 공략해온 반면 현대차는 미국에서 공격적으로 점유율을 넓힌 결과다.
삼성전자의 광고 물량이 많은 제일기획은 2분기 기준 해외 매출총이익 중 유럽과 중국 비중이 58%를 넘는다. 반면 이노션은 미주가 70%에 달한다. 향후 양사의 M&A 전략도 계열사들이 어느 시장에 집중할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제일기획은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에서 마케팅 역량을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북미 마케팅의 10%만 제일기획에 맡기고 있는데, 제일기획이 현지에서 역량 있는 기업을 인수하면 삼성전자가 현지회사에 주는 마케팅 물량을 상당 수 내재화할 수 있다.
제일기획도 현지 거점을 통해 삼성전자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조직 규모가 작아 삼성전자의 현지 광고 대행에 한계가 있다. 2분기 기준 매출총이익 중 북미비중은 8.3%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에서도 2분기 기준 미국시장은 작년 대비 11% 성장하는 등 미국 역량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선진국인 미국시장에서 세계 1위 광고대행사인 WPP 등 경쟁력 있는 업체와 주로 거래해왔다"며 "제일기획이 계열사의 시장 전략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미주 역량을 확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노션 역시 현대차가 유럽, 중국시장에 집중할지에 따라 전략이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시장 회복이 안되고 있어 마케팅 비용 지출의 효율성이 떨어질 거란 지적도 나온다.
이노션이 지난 2월 미국 '슈퍼볼 2020'에서 공개한 현대차 광고 [사진=이노션] |
◆ 전 세계 광고시장 디지털 전환 감안…비계열 확대도 관심
M&A의 또 다른 목표는 디지털 영역 확대다. 전 세계 광고업계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전통적인 광고영상 제작업체보다 디지털에 특화된 기업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 계열사 물량 비중이 높은 국내 광고대행사 특성상 현지 기업 인수를 통한 비계열 물량 확대 역시 중요 관심사다.
지난 6월 제일기획이 중국의 빅데이터 분석기업 컬러데이터를 인수한 것 역시 디지털 강화의 일환이다. 특히 디지털 광고에서 빅데이터가 핵심 기술로 꼽히고 있는 만큼 사업 확대 여지가 높은 상황이다. 디지털 광고 비중이 전체의 40%를 넘어선 제일기획은 디지털 확대를 회사의 최대 사업전략으로 꼽고 있다.
이노션이 지난해 인수한 웰콤그룹 역시 디지털에 강점이 있는 글로벌 광고회사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글로벌 전역에서 디지털 전문기역 M&A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방침"이라며 "디지털 등 신사업 분야에서 전사 차원 역량 제고를 위한 대형 M&A와 로컬 사업 강화를 위한 소규모 M&A를 신중하고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노션 관계자는 "웰컴은 이노션이 진출하지 않았던 아시아 거점을 많이 갖고 있어 매력적인 부분이 있었다"며 "디지털 역량 강화가 모든 광고회사의 숙제인 만큼 계열사의 현지 대행을 내재화하는 M&A를 포함해 다양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