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디지털 매출비중 41%…'삼성닷컴' 확대 영향
해외기업 M&A 활발…계열사 매출 의존 여전히 한계
[편집자주] 제일기획, 이노션, HS애드 등 국내 광고업계 빅3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각각 소속된 그룹사의 우산 속에서 안주하기에는 국내외 광고업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사업적 한계를 돌파하고 글로벌 광고시장의 맹주로 거듭나기 위해 진화하는 광고 빅3. 노력만큼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국내 광고업계 1위인 제일기획은 디지털 전환에 힘을 쏟고 있다. 광고주들이 TV, 종이매체 등 전통적인 광고수단보다 모바일, 인터넷 등 새로운 매체를 통한 마케팅에 관심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수년 전부터 지속돼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두드러지는 추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마케팅이 어려워지자 기업들은 관련 비용을 온라인 광고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빅데이터 분석기업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시장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다만 국내 1위 광고회사로서 사업 다각화에 힘을 쏟고 있지만 매출에서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 비중이 여전히 높은 것은 숙제로 꼽힌다.
제일기획 이태원 사옥 [사진=제일기획] |
◆ '삼성닷컴' 동남아·남미로 확대…디지털 전환 가속화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일기획의 올 1분기 실적은 디지털 전환에 힘써온 노력이 반영돼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적에 가장 기여한 채널은 '삼성닷컴'이다. 제일기획의 가장 큰 광고주인 삼성전자는 '삼성닷컴' 채널 운영을 제일기획에 맡기고 있다. 삼성닷컴을 통해 스마트폰 사전구매나 특별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 삼성닷컴을 통한 구매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아직 아마존을 통한 판매 비중이 높지만 아마존 판매 페이지 역시 제일기획이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닷컴 사업범위가 동남아와 남미지역까지 늘어나면서 제일기획의 삼성닷컴 관련 매출도 늘었다. 여기에 언팩 행사나 쇼핑몰 팝업스토어 등 리테일 마케팅이 불가능해지면서 디지털 마케팅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광고시장 변화가 반영되면서 제일기획의 1분기 디지털 매출 비중은 41%로 늘었다. 반면 전통매체 광고는 20%로 절반에 그쳤다. 이벤트나 프로모션 등 비매체광고(BTL) 비중(리테일 제외)은 16%에 불과했다. 다만 1분기 디지털 매출 증가는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광고산업의 디지털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며 "제일기획은 2017년 이후 디지털 매출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고, '삼성닷컴'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해 시장 변화에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정근 제일기획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것 역시 온라인과 오프라인, 데이터와 이벤트의 연결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다. 특히 광고주의 비즈니스에 깊숙이 연결돼 광고주의 가치를 높이고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비즈니스 커넥티드 에이전시'를 지향한다. 1987년 제일기획에 입사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유 대표는 제일기획의 신성장 동력인 디지털과 데이터 등의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 글로벌 비중 이미 75%…비계열 확대가 관건
제일기획은 글로벌 시장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 마케팅에 집중해온 사업구조 특성상 이미 글로벌 매출 비중은 작년 연간 기준 78%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삼성전자의 현지 분석이나 마케팅을 담당했던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이들 기업의 비계열 사업으로 점차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제일기획의 제삼기획 홈페이지 갈무리 |
이달 초 제일기획이 인수한 중국의 소셜 빅데이터 분석기업 '컬러데이터' 역시 중국 내 소셜 마케팅 역량 확대의 일환으로 평가받는다. 이 업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뉴스, 이커머스 사이트의 게시글이나 댓글을 취합해 지역별·성별·연령대별 언급량을 인공지능(AI)로 분석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1분기 제일기획의 중국 영업총이익은 17% 감소하면서 부진했지만, 코로나19 영향 감소와 더불어 이번 인수를 계기로 중국에서 공격적인 영업이 예상된다.
앞서 제일기획은 2008년부터 영국의 BMB, 미국의 TBG 등 해외 광고제작사와 디지털마케팅사를 적극적으로 인수하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앞서 2018년에는 센트레이드(동유럽), 익스피리언스커머스(인도)를 인수하기도 했다. 현재 보유 순현금이 4000억원으로, 추가 인수합병(M&A)를 통한 사업 확대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하지만 제일기획은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 노력에도 삼성 계열사 매출 비중이 70%대로 여전히 절대적이다. 높은 계열사 매출이 대기업 광고업체의 성장 한계점으로 지목받으면서 추가 성장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비계열 성과는 지속성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국내외에서 비계열 광고주 영입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해외에서는 유럽에서 디스커버리채널, 델타항공, 북미에서 피자 체인 브렌드 리틀시저스, 중국에서 체리자동차, 폭스바겐, 아우디 등을 수주했다. 국내에서는 휠라의 글로벌 캠페인, 하이트진로, 아워홈, 유니버설픽처스 등의 광고를 진행한 바 있다.
최근에는 '제삼기획'이라는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직접 제품을 기획해 판매하는 플랫폼으로, 광고주 상황에 좌우되지 않고 직접 소비자와 대면한다는 취지다. 아직 초기 단계여서 직접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디지털 전환의 일환으로 다양한 역량을 보여준다는 목표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