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COVID-19) 백신을 공식 등록했다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원격으로 진행된 내각회의에서 "오늘 아침 코로나19 백신을 등록했다"며 "이는 세계 최초"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Sputnik/Alexei Nikolsky/Kremlin via REUTERS 2020.06.19. [사진=로이터 뉴스핌] |
러시아에서 등록된 백신은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연구소가 개발 중인 것으로, 가말레야연구소와 공동으로 백신을 개발한 러시아 대기업 시스테마는 연말까지 대량 생산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한 소식통은 로이터 통신에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 인력이 향후 수주 내로 가장 먼저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될 것이라고 전했다.
당국의 승인을 얻게 되면 대중을 상대로 한 대규모 접종이 가능해진다. 백신 연구에 자금을 대고 있는 러시아 국부펀드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대표는 백신 개발을 '스푸트니크의 순간'에 비교하며 러시아의 과학적 우월성을 과시하기도 했다. 스푸트니크는 1957년 구소련이 쏘아올린 인류 최초 인공위성이다.
이에 따라 이 백신은 외국 시장에서 '스푸트니크 V'라는 이름으로 판매될 예정이라고 드미트리예프 대표는 전했다.
하지만 가말레야연구소의 백신은 아직 임상시험이 최종 단계까지 완료되지 않아 안전성과 효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백신이 안전하다. 내 딸도 접종받았다"며 이러한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매우 효과가 뛰어나 강한 면역력이 형성됐다. 모든 절차를 거친 백신"이라고 강조했다.
이 백신은 통상 수천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하는 3단계 임상시험을 건너뛰고 바로 승인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통상 의약품은 3단계 임상시험에서 안전성 및 효능과 함께 면역력이 약한 집단과 기저질환자 집단 등 특정 집단에서의 반응도 확인하게 된다.
러시아 임상시험 연합(ACTO)은 이번 주 러시아 보건부에 최종 임상시험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때까지 백신 승인을 연기하라고 촉구했다.
해외 전문가들도 러시아의 백신 승인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독일 백신개발업체 큐어백(CureVac)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튀빙엔 대학병원의 페테르 크렘스너 박사는 "백신은 승인 전에 많은 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의 퀸메리대학 지식재산권 전문가인 던컨 매튜스는 "백신 개발 소식은 반갑지만 안전성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청(EMA) 또한 긴급 인도주의 사용을 위해 신속승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러시아가 미국이나 유럽처럼 신중하게 신속승인 절차를 거쳤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100개 이상의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 중 4가지 후보물질이 3단계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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