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 최대 이익단체로 꼽히는 미 총기협회(NRA)가 비리 혐의로 해체 위기에 놓이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력한 지지 기반을 잃을 상황에 처함과 동시에 총기 소유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 사회가 보수-진보로 갈려 또다시 양극화될 상황에 놓였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이 뉴욕주 법원에 비리 혐의를 들며 NRA의 해체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제임스 총장은 비영리 단체인 NRA의 전현직 임원들이 수백만달러를 개인 용도 및 전직 직원들의 입막음 용도로 사용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NRA 임원들이 바하마 가족 여행과 전용 제트기, 호화 식사 등 개인 용도로 공금을 사용해 3년 간 NRA의 대차대조표를 6400만달러 축소해 흑자를 적자로 바꿔 놓았다고 설명했다.
제임스 총장은 기자들에게 "NRA는 탐욕과 비리, 노골적 불법 행위의 온상이 됐다"며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뉴욕주는 근 30년 동안 NRA 최고위직을 차지한 웨인 라피에르 부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NRA 전현직 간부 4명의 이름을 소장에 올렸다.
NRA 측은 연방법원에서 제임스 총장을 상대로 맞소송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았다. NRA는 제임스 총장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며 관련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NRA는 제임스 총장의 소송을 '근거도 없이 미리 계획한 공격'이라며 '대선을 노리고 힘을 차지하려는 수작'이라며 거칠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고 맞서 싸워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제임스 총장은 기자들에게 이번 소송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며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NRA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NRA는 수십 년 동안 아무런 감시 없이 세력을 확대해 왔기 때문에 해체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NRA의 본사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있지만, 뉴욕주에서 비영리 단체로 등록을 했기 때문에 뉴욕주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번 소송은 민주당 소속 제임스 총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및 공화당 골수 지지 세력 간 싸움이라는 상징이 있다.
이에 따라 총기 소유 권리를 인정하는 수정 헌법 제2조를 떠받드는 보수 세력과 NRA를 난무하는 총기 사고를 조장하는 단체로 보는 진보 세력 간 사회적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총기 소유권을 적극 옹호하며 지난 2016년 대선 때와 올해 대선에서도 NRA의 공식 지지를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맞서 지지층을 집결할 수 있는 이슈로 총기 소유를 적극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급진 좌파 뉴욕이 NRA를 무너뜨리려 하는 것을 보라.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당신들의 위대한 수정 헌법 제2조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당신들은 아무런 통지도 받지 못한 채 즉각 총을 뺏기게 될 것이다. 경찰도, 총도 없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총기 압수를 옹호하지는 않는다. 다만 공격용 무기와 대용량 탄창을 금지하면서 공격용 무기를 소지한 시민들의 자발적 반납을 유도하고 총기 구매 시 신원조회 절차를 강화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의 자금 지원을 받는 '모든 마을의 총기 안전'(Everytown for Gun Safety)과 '행동을 요구하는 엄마들'(Moms Demand Action) 등 총기 폭력 방지 단체들은 이번 소송을 지지했다.
이들은 트위터에서 "우리는 규제당국과 국민들에게 NRA의 부패에 대해 수년 간 경고해 왔다"고 밝혔다.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위치한 미 총기협회(NRA)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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