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가 의정부고등학교 졸업사진 중 하나인 '관짝 소년단'을 패러디한 사진에 인종 차별이 녹아있다며 비판한 데 대해 네티즌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 샘 오취리의 인종차별 비판 발언…네티즌의 설전으로
샘 오취리가 지난 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참 2020년에 이런 것을 보면 안타깝고 슬프다. 웃기지도 않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흑인들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행동이다. 제발 하지 말아라. 문화를 따라하는 것은 알겠는데 굳이 얼굴 색칠까지 해야 하나. 한국에서 이런 행동은 없었으면 좋겠다.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한 번 같이 이야기 하고 싶다"고 토로하며 사진을 게재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방송인 샘 오취리 2018.11.19 kilroy023@newspim.com |
샘 오취리가 공개한 사진은 의정부고등학교의 졸업 앨범의 일부다. 최근 온라인에서 유행한 '관짝 소년단'을 패러디했다. 관짝소년단은 방탄소년단과 관작의 합성어로, 춤을 추며 상여군 역할을 하는 가나 상조회사 직원을 가리킨다.
가나인은 장례를 치를 때 춤을 추는 등 분위기가 흥겨워야 고인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다고 믿는 것으로 알려졌고, 관짝소년단의 영상은 전 세계적인 '밈(온라인상에서 유행하는 문화 요소)'이 되면서 국내에서도 패러디 열풍이 일었다.
의정부고 학생들 역시 이를 패러디하기 위해 얼굴을 까맣게 칠했고, 샘 오취리는 '블랙 페이스' 분장이 인종차별적 요소를 담았다는 주장이 일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여기에 샘 오취리가 영문으로 적은 입장문에서는 다소 강한 뉘앙스들의 표현이 등장해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특히 이러한 인종차별을 막기 위해 한국에서 많은 노력과 교육을 해야된다는 영문장은 읽는 사람에 따라 여러 맥락으로 재해석되면서 대중의 분노는 더해졌다. 더욱이 샘 오취리는 '무지, 무식' 또는 무지를 드러내는 '과오, 서투름'을 뜻하는 '이그노런스(ignorance)'라는 단어를 쓰며 "이런 무지(무식)함은 계속되면 안 된다. 한국에서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샘 오취리의 발언으로 인해 네티즌 역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다수의 네티즌들은 "단순히 패러디일 뿐이지 인종차별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이와 달리 "패러디 뿐임에도 그 나라의 사람이, 흑인이 차별을 느꼈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의견이 치열하게 맞서고 있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샘 오취리가 올린 해시태그도 문제가 됐다. 그는 의정부 고등학교의 졸업사진의 인종차별 비판 글에 #teakpop #notoblackface #notoignorance 라는 해시태그를 덧붙였다. 여기서 'teakpop'은 민감한 사안이나 비밀을 까발리다라는 뜻의 '스필 더 티(spill the tea)' 숙어에서 온 표현으로, 케이팝의 비하인드, 가십을 의미한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샘 오취리가 올린 의정부고등학교 졸업사진 [사진=샘오취리 인스타그램] 2020.08.07 alice09@newspim.com |
흑인 분장 논쟁과는 전혀 관련 없는 단어를 태그함으로써 K팝에 관심있는 해외 팬들에게 노출시켜 논란을 키우고, 한국인의 인종차별 비난에 동참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 패러디의 경계…"의도의 명확성 따져야"
이번 논란이 불거지면서 샘오취리가 지난 2015년 방송된 JTBC '비정상회담' 패널로 출연했을 당시 눈을 찢는 동양인 비하 포즈를 취했던 것도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있다. 당시 방송에서는 각 나라의 특이한 대회를 소개했고, 벨기에 대표 줄리안은 "안면근육을 최대한 이용해 못생긴 얼굴을 만드는 대회"라며 스페인의 얼굴 찌푸리기 대회를 설명했다.
이때 샘 오취리는 손으로 양 쪽 눈을 찢으며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만들었다. 해당 동작은 외국인이 동양인을 비하할 때 하는 행동인 만큼,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샘 오취리의 당시 동작은 단순히 동양인의 외모를 '표현'하고 '묘사'하기 위한 제스처로 사용됐을 수 있다. 그렇다면 관짝소년단의 영상을 패러디한 의정부고 고등학생들 역시 마찬가지인 셈이다.
의정부고 고등학생이 한 분장은 흑인들에 대한 편견을 이용해 조롱을 위한 희화화가 아닌, 특정 인물을 묘사하기 위한 구체적인 하나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패러디의 경계가 애매모호해지고 있다는 의견 역시 나오고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패러디를 할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이 바로 '디테일'이다. 이번 의정부고 졸업사진 역시 '관짝소년단'을 조금 더 완벽하게 패러디하기 위해 분장까지 했다고 생각한다. 의정부고 졸업사진이 매번 화제가 된 것도 학생들의 수준에서, 완벽한 디테일까지 살려 오리지널을 패러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패러디도 오리지널을 흉내내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수법이지만, 이를 단순히 조롱으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패러디를 본질을 '조롱'으로 표현하려 했다면, 이를 보는 대중들 역시 그 의중을 알아차렸을 것이고, 이미 대중 사이에서 논란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진은 많은 대중들이 '단순 패러디'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 나라의 문화를 누구보다 잘 아는 본인이 인종차별을 언급한 것이면 패러디도 조금은 조심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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