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애 "윤석열·한동훈 쫓아내야" 한상혁과의 통화내용 폭로
주호영 "독립기구 방통위 수장의 당정협의 참석, 명백한 불법"
[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과 비공개 당정청 회의에 참석한 것을 두고 미래통합당이 "정치적 의무를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공개된 장소인 국회 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권경애 변호사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훈 검사장은 꼭 쫓아내야 한다"는 한상혁 위원장과의 통화 내용을 밝히면서 방통위원장의 정치적 중립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독립기구인 방통위가 정책협의를 이유로 당정협의에 참석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민주당은 궁색하게 둘러댔지만 기관의 전체적 독립성을 보호하고 정치적 독립성을 지켜야 할 수장이 나선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07.20 leehs@newspim.com |
같은 날 장종화 민주당 청년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더 이상 '방통대군'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통합당은 자중하라"고 선을 그었다.
장 부대변인은 "당일 당정청 회의는 국내외 인터넷 사업자 역차별과 OTT(Over The Top·인터넷으로 방송 프로그램·영화·교육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현황, N번방 등 디지털 성폭력 사건 후속조치 등 현안에 대한 의견 교환자리"라며 "이외 정책에 대한 내용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장 부대변인은 이어 "방통위설치법상 방통위는 중앙행정기구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당정협의를 할 수 있다"며 "미래통합당이 우려하는 정치적 중립 문제는 지난 MB정부 시절 '방통대군'으로 불렸던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과 '국정감사 주요 쟁점' 문건을 가지고 대책을 의논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하지만 권 변호사 폭로가 있던 만큼 중립성 논란을 쉽게 꺼지지 않을 모양새다. 방송 최고 책임자인 한 위원장이 이른바 '정권 수사' 중심에 있는 윤석열 총장과 한동훈 검사장을 '쫓아내야 한다'고 발언해서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 18대 국회에서 최시중 위원장이 당정협의에 참여한 것을 두고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겼다며 거세게 비판한 바 있다. 현재 통합당의 비판 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은 정치활동에 관여할 수 없다"고 규정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9조다.
2008년 6월 최시중 당시 방통위원장이 당정협의에 참석한 것이 알려지자 최문순 당시 통합민주당 의원은 "보란듯이 방통위의 정치 중립성을 훼손한 부적절한 행보"라며 성명서를 내고 최 위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2009년 5월 김효석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방송의 최고책임자가 당정협의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것은 방송의 중립성이나 공정성에 심대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행동들"이라며 "대통령 스스로 나서서 이런 부분들에 조치를 취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08.04 leehs@newspim.com |
당시 최 위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멘토로 언론정책을 총괄한 실세로 불렸다.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과 함께 '양대 대군', '방통대군'이란 별명까지 얻은 인물이다.
한상혁 위원장은 언론운동 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 출신이다. 2009년 민주당 추천으로 MBC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여야는 인사청문회부터 최 위원장과 한 위원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으며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한편 조승래 민주당 과방위 간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방통위원장과의 당정협의는 의례적인 회의"라며 "중립성 우려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정책 외에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방통위원장이 직접 보도국 사장과 통화를 해서 검찰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면 문제가 됐겠지만 이번 건은 사적인 대화"라며 "한 위원장이 최 위원장처럼 정권 실세도 아니다. 통합당에서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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