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일본제철 합작법인…제철 부산물 자원화 전문기업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매각을 위해 압류절차를 밟고 있는 회사는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과 포스코의 합작법인인 피엔알(PNR, POSCO-NSSMC RHF J/V)이다.
PNR은 2006년 일본제철이 제안해 2008년 1월 법인을 설립했고 2009년 11월 공장을 건립했다. 임직원 수는 70여 명이고 연 매출은 372억원 규모다. 자본금은 390억5000만원으로 포스코가 지분의 약 70%, 신일본제철이 약 30%를 갖고 있다. 인터넷 포털의 기업 소개에는 포스코 계열사로 표기돼 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매각을 위해 압류절차를 밟고 있는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과 포스코의 합작법인인 피엔알(PNR, POSCO-NSSMC RHF J/V)의 회사소개. 2020.8.5 [사진=PNR 홈페이지 캡처] |
홈페이지 회사소개에 따르면 PNR은 경북 포항에 본사와 포항공장, 전남 광양에 광양공장을 둔 제철 부산물 자원화 전문기업이다. 즉 포스코가 철강제품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부산물 '슬러지'와 '더스트'를 매입해 재활용하는 사업을 한다.
슬러지와 더스트는 살균·소독·건조 과정을 이행하는 재활용설비(RHF, Rotary Hearth Furnace)에 투입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찌꺼기에 불과했던 부산물들이 DRI, HBI, MP 등 각종 원료로 재탄생한다.
철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나 가루 등에서 유효한 성분인 철을 다시 빼내서 만든 직접환원철(DRI, Direct Reduction Iron), DRI에 열을 가해 쉽게 산화하지 않도록 처리해 장거리 수송과 보관에 유리한 HBI(Hot Briquetted Iron), 찌꺼기 등을 재활용해 가공한 작은 알갱이(MP, Mini Pellet)를 생산하고 판매한다. 이 원료들은 다시 포스코 또는 일본제철에 공급된다. 즉 부산물을 재활용하며 녹색성장을 추구하는 친환경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PNR은 기업 규모가 모회사인 포스코와 비교해 작다가 보니 그동안 외부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본사와 포항공장은 국내에서 보안등급이 가장 높은 '가급' 국가중요시설인 포항제철소 안에 있어서 외부인 출입이나 접근이 어렵다.
포스코 관계자는 법원의 일본제철 소유 PNR 주식 압류 명령에 대해 "PNR 지분 30%는 일본제철 소유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당사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PNR의 입장을 묻기 위해 홈페이지에 게재된 전화번호로 통화를 몇 차례 시도했으나 아무도 받지 않았다.
4일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징용과 관련된 문제는 국가 간 정식 합의인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한국 법원의 자산압류명령에 대해 즉시 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8년 10월30일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등 손해배상 청구 재상고심에서 피고 측이 원고 측 4명에게 각 1억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일본제철은 이 판결을 수용하지 않았다.
원고 측은 같은 해 12월 일본제철이 보유한 PNR 주식 압류를 신청했고,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해 1월 손해배상 채권액(4억원)에 해당하는 PNR 주식 8만1075주(액면가 5000원 환산으로 약 4억원)의 압류를 결정했다. 원고 측은 작년 5월 해당 자산의 매각도 신청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한국 법원의 자산 압류 결정문을 일본제철에 송달하지 않았다. 이에 포항지원은 지난 6월 1일 관련 서류의 공시송달 절차를 개시했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상대방이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응하지 않는 경우 관보 등에 게재해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이에 따른 채권압류 명령 효력은 지난 4일 0시부터 발생했다. 일본제철 측이 오는 11일 0시까지 항고하지 않으면 주식압류명령이 확정된다. 다만 압류자산의 매각과 현금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법원은 이후 압류 재산을 처분해 현금화하기 위한 절차를 밟을 수 있으나 주식 매각에 앞서 감정평가, 채무자 심문 등의 절차가 필요해 실제 현금화는 빨라야 연말께나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 최봉태 변호사 "PNR 대주주 포스코와 한국 정부도 문제 해결 나서야"
법원의 일본 기업 자산 압류와 관련해선 PNR 대주주인 포스코와 한국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 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봉태 변호사(법무법인 삼일)는 5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피해자들에게) 개인청구권이 있음에도 일본 아베 정부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한국 대법원 판결에 개입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포스코가 이제라도 책임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우리 정부의 메시지에도 문제가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일 합의가 잘못됐다고 하면서도 일본 정부에 기금을 돌려주는 등의 실질적인 절차에 나서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일제 피해자 문제에 적극 나서지 않을 거라는 신호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 대법원격인 일본 최고재판소는 2007년 4월 히로시마 공사장으로 끌려가 가혹하게 노동을 강요당했다며 중국인 피해자와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도 개인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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