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경쟁, 불보듯 뻔해", 전 금융권서 우려 목소리
전문가 "제도·감독장치 필요, 건전성·경쟁환경 저해"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IT 공룡' 네이버의 잇따른 금융업 진출 선언으로 금융권에 이른바 '빅테크' 논란이 일고 있다. 독점적 플랫폼을 갖춘 네이버가 '금융혁신'을 명분으로 보험과 후불 결제는 물론 대출시장으로 영역을 무차별적으로 확대하고 나선 탓이다. 금융권은 은행·보험·카드사 할 것 없이 이구동성으로 "불공정 경쟁"을 외치고 나섰다.
28일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서울 역삼 네이버파트너스퀘어에서 밋업(Meet-Up) 행사를 갖고 주요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네이버파이낸셜] 2020.07.28 bjgchina@newspim.com |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네이버의 금융업 진출을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사실상 전국민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거대 포털이 금융업에 본격 참전하며 자칫 기존 금융사들이 네이버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는 것이다.
논란의 시작은 앞서 금융당국이 금융혁신의 일환으로 올해 안에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제도를 도입키로 하며 시작됐다.
정부는 네이버, 카카오 등 전자금융업자가 종합지급결제사업자가 될 경우 업무를 급여이체, 송금 등에 한정하고 예금과 대출 등은 할 수 없도록 했는데 네이버가 이를 피해갈 수 있는 '우회로'를 벌써부터 모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미래에셋대우증권과 손잡고 '네이버 통장'을 선보인데 이어 조만간 미래에셋캐피탈과도 대출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정부의 강력한 금융규제를 피하고 금융업에 진출할 수 있는 '간접적 방식'을 택한 것이다.
현재 적용받고 있는 1사 전속주의 규제마저 풀리면 네이버는 미래에섯캐피탈을 제외한 여러 금융사의 대출을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들이 네이버 어플을 통해 뉴스를 검색하듯 대출상품을 쉽게 비교하고 선택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사실상 "네이버가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는 가상의 은행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네이버가 인터넷은행 진출을 돌연 포기한 것이 이제 조금은 이해가기 시작했다"며 "규제를 받지 않은 상황에 거대 플롯폼의 영향력을 활용해 기존 금융사들을 종속시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고 전했다.
보험, 카드사 등 2금융권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먼저 보험의 경우 네이버파이낸셜은 연내 자동차 보험료 비교 플랫폼을 선보이기 위해 K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주요 손해보험사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플랫폼을 통해 보험에 가입할 경우 판매액의 약 11%를 중개료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보험업권에선 막대한 이익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네이버를 자동차 보험 가입이 일반화될 경우 향후 네이버가 중개료 인상을 요구할 경우 보험사들이 당해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빅테크 업체에 허용해준 30만원 한도의 '후불결제' 서비스를 두곤 카드사들의 불만이 크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는 여신회사와 달리 네이버는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며 "부실 등 건전성 리스크가 확산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금융권에선 네이버 등 거대포털 플랫폼의 금융서비스 제공에도 강력한 '규제 및 감독장치'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독점적 지위를 갖춘 거대포털로 금융시장의 건전성 및 경쟁환경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방식의 금융상품 판매로 발생할 위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거대 플랫폼이 소수 금융사하고만 협업하거나 불공정 계약을 통해 경쟁을 저해하지 않도록 규제 및 감독장치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