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홍콩 제재 예고한 6월에만 21% 급증
홍콩, 중국 반도체 칩 수입의 38% 이상 차지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 홍콩에 대한 미국 제재가 향후 무역을 어렵게 할 것이란 관측 하에 중국 반도체 수입업체들이 구입 물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오성홍기(우)와 홍콩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공식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홍콩을 통한 중국의 반도체 칩 재수출 규모는 작년 상반기보다 11% 급증했다. 중국 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하겠다고 하자 미국이 제재를 예고한 지난 6월 한 달에만 21% 증가했다.
분석에 의하면, 홍콩은 중국 전체 반도체 칩 수입의 38%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 정부가 홍콩 보안법을 제정하고 미국은 홍콩의 경제·무역 특별대우를 박탈함에 따라 반도체칩과 같은 첨단제품 수입길이 막힐 지경에 놓였다.
지금은 미국이 홍콩에 대한 첨단기술 제품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지만 아예 수출을 막는 최악의 전개로 치닫을 경우 화웨이나 샤오미, 레노보 등 중국 기업들은 홍콩을 통한 부품·장비 수입 공급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콩 전자기기·기술업협회의 빅터 초이 회장은 "중국 고객들은 실제 제재 발효일 이전에 더 많은 반도체 칩을 사려고 한다. 그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주문을 하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 업체들은 공급망 충격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해 이른바 반도체 칩 사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홍콩은 그동안 특별대우 혜택으로 중국으로 향하는 첨단기술 제품 통로 역할을 해왔다.
이에 홍콩 특별대우 박탈은 결국 전세계 반도체산업 작동 방식이 대폭 변화할 것을 의미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IT산업 전문 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이달초 보고서에서, 홍콩과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광범위한 제재로 홍콩이 '반도체 창고' 허브 타이틀을 다른 아시아 국가에 내줘야 할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했다.
초이 협회장 역시 일부 수입 업체들이 인도, 베트남, 캄보디아로 거점을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사업장을 옮기면 중국에 수출하는 비용 역시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나티시스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칩 공급 병목현상"을 예측했다. 이들은 "지금부터 중요한 위험 요소는 다른 미국 동맹국들도 미국의 특별지위 박탈 수순을 따를 것이냐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