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에 영재센터 후원금 18억원 강요 등 혐의
법원 "협박·해악의 고지 있었다고 인정 어려워"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에서 삼성 등 대기업에 후원금을 강요하는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시호(41) 씨가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1년5월을 선고받으면서 형량이 1개월 감형됐다. 법원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대로 강요죄 부분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성수제 부장판사)는 24일 오후 2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장 씨와 김종(59)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파기환송심 선고기일을 열고 이같이 선고했다. 김 전 차관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장시호가 지난 6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1차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6.17 pangbin@newspim.com |
장 씨와 김 전 차관은 이날 실형이 선고됐지만 이미 각각 1년 6월과 2년의 수감생활로 형량을 모두 채운 관계로 법정구속 되지는 않았다.
우선 장 씨의 경우 파기환송심에서 판단 대상이 된 혐의는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부분,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대한 영재센터 2억원 지원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부분이다.
김 전 차관은 GKL에 대한 영재센터 후원금 2억원 관련 강요, GKL에 대한 자문계약 관련 강요 부분이다.
재판부는 "대법원에서 환송된 후 새로운 증거 제시로 인한 증거의 변동이 없어 이 법원의 판단은 사실상 대법원의 법률 판단에 귀속된다"며 "당심에서 조사한 증거로 알 수 있는 사실관계에 비춰 볼 때 각 요구 사항에 대한 강요죄에서 협박이나 해악의 고지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과 문체부의 영향력 등 지위를 이용해 이익을 요구했다고 해서 곧바로 해악의 고지로 평가할 수 없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봐도 당시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해악에 이른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평가할 상황이나 관계 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각 요구가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며 전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은 법령의 해석과 적용에 잘못이 있다"며 "포괄일죄와 상상적·실체적 경합 관계에 있는 모든 범죄사실을 모두 파기한다"고 판단했다.
성 부장판사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은 최서원의 직권남용 부분에 일정 정도 가담했고, 횡령 범행으로 취득한 금원을 사업 자금으로 이용해 이득을 얻었다"며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 점, 최서원과의 공범 가담 정도가 제한적인 점, 횡령 범행 후 전액을 변제해 피해를 회복한 점, 동종 범죄 전과가 없는 점 등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특히 피고인은 관련 사건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 성실히 임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장 씨는 박근혜(68)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서원(64·개명 전 최순실) 씨의 조카이다. 그는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2016년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장 씨와 김 전 차관은 2015년 10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장 씨가 실소유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8억원을 부당하게 지원하도록 삼성전자와 그랜드코리아레저(GKL) 등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 씨는 영재센터를 운영하며 국가보조금 2억4000만원을 가로채고, 영재센터 자금 3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김 전 차관은 장 씨와 함께 영재센터 후원을 압박하고, GKL을 상대로 최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더블루K와의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요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에서 장 씨는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징역 1년 6월로 감형됐다. 김 전 차관은 1·2심 모두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장 씨가 삼성그룹 등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와 영재센터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는 유죄로 봤지만 보조금관리법위반 및 사기 등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은 "기업 대표 등에게 특정 체육단체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을 요구한 행위가 강요죄에서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들에 대한 강요 부분을 무죄 취지로 직권 판단해 파기·환송했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