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정기예금 상품 중 최저 이자율 0.45%
이주열 "당분간 통화정책 완화기조 유지"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시중은행에서 연 1%대 금리의 예금 상품이 사라졌다. 유동성 확대에도 대출 수요가 줄면서 자금을 굳이 예치시킬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준금리 정상화가 사실상 연내 불가능해지면서 금리는 당분간 0%대에 머물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2020.07.16 lovus23@newspim.com |
1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NH농협은행)이 운영하는 1년짜리 정기예금 상품 가운데 1%대 이상 금리는 단 한 개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13개 상품의 평균 이자율은 0.66%이며 가장 낮은 곳은 0.45%다. 1000만원을 1년간 묶어두더라도 이자로 4만5000원 밖에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은행들이 금리를 일제히 내린데는 대출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높은 증가세를 보였던 기업대출은 증가폭이 둔화되고 있다. 기업대출은 6월중 1조5000억원 증가했는데, 직전 5월에 16조원 증가한 것에 비해 대폭 줄어든 셈이다.
정부가 경기회복과 금융안정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풀었지만 정작 설비 투자 등 실물경제로 흘러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5월 기준 부동자금으로 분류되는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는 평잔·원계열 기준 1144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로 집계됐다. 반면, 2년 미만 정기예적금은 전월대비 7조9000억원 감소했다.
결국 과잉 유동성이 자산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부동산, 주식 등 자산 인플레이션만 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21, 22번째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연달아 내놓으며 집값잡기에 나섰고 통화당국인 한은도 유동성 과잉에 따른 자산 인플레이션에 우려를 표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다음 기자간담회에서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최근 주택가격 오름세가 화대되고 있다"며 "한국은행도 정부정책의 효과와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유동성이 풍부하다보니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환경도 쉽다. 은행은 대부분 높은 등급을 평정받아 낮은 금리로도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 지난 15일 기준 AAA등급 은행채 1년만기 금리는 0.81%다. 유리한 조건에서 현금을 가져올 수 있는 루트가 마련되면서 굳이 예금 금리를 경쟁적으로 낮출 필요성도 없어진 것이다.
그러나 한은이 완화적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금리 반등은 어려워 보인다. 이 총재는 "당분간은 완화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우리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될 때, 금리정상화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자산 가격 조정을 위해 금리를 조절하진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5월 전망치인 -0.2%보다 낮을 것으로 예고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가 지난 3월만큼 확산세가 심각해지지 않으면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력은 제한될 것이다. 한편 총재가 기준금리 정상화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못박은만큼 금리 인상은 더욱더 어려워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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