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금융전쟁을 경고하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무역전쟁에 이어 홍콩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각을 세우는 미국과 중국이 금융전쟁에 돌입할 움직임이라는 얘기다.
홍콩보안법을 빌미로 미국이 중국 정책자들과 금융 거래를 제재하는 법안을 추진중인 데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정치권이 뉴욕증시에서 중국 기업들을 퇴출시킬 움직임이다.
월가 [사진=블룸버그] |
9일(현지시각) CNBC는 SEC를 포함한 미국 감독 당국과 정치권이 정보 공개의 투명성 결여를 앞세워 뉴욕증시에서 거래되는 중국 기업을 상장 폐지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SEC는 이머징마켓에 대한 논의를 가질 예정이지만 실상 중국 금융당국의 투명한 정보 공개를 압박하기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한 자리라는 설명이다.
사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투명성 결여는 수 년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10여년 전부터 수 백개에 달하는 중국 기업이 미국 상장 기업을 인수하는 형태로 뉴욕증시에 입성했는데 대부분 영속 기업 가치가 없는 기업들이 타깃이 됐고, 상당수의 인수가 뒷문 상장을 위한 꼼수로 드러났다.
이들 중국 기업은 특히 회계 감사가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반스 옥슬리 법에 따라 미국 감독 당국은 상장사의 감사를 담당하는 국내외 회계 법인에 회계를 관장하는 상장기업 회계감독원(PCAO)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PCAOB는 정기적으로 상장 기업의 회계 감사 내용을 감독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중국 측의 회계 법인과 감독 당국은 이 같은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실정이다.
지난해 양국의 무역 협상이 진행되는 사이 SEC와 PCAOB는 공식 석상에서 중국 기업들의 불투명한 행위를 문제 삼았고, 올해 2월 공식 성명을 내고 중국을 향해 항의했다.
미국 증권감독당국은 중국판 스타벅스로 통하는 루킨 커피의 회계 부정이 정책자와 감독자에 대한 경종이라고 주장하고, 이와 흡사한 상황에 강력하게 대처할 입장을 밝혔다.
미 의회 역시 지난 5월 외국 기업에 PCAOB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는 외국기업보유책임법안을 통과시키고 엄격한 대응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백악관도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이다. 정책자들의 내부 문건에서 중국 기업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미 자본시장에서 혜택을 얻도록 방치하는 것은 위험하고, 잘못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두 가지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먼저, 감독 당국이 미국의 규제를 따르지 않는 해외 기업의 상장 폐지를 직접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와 함께 PCAOB가 회계 법인의 등록을 폐지해 중국 기업이 뉴욕증시 상장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시나리오가 점쳐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금융전쟁은 무역 전면전 및 홍콩보안법 사태로 불거진 정치적 마찰에 이어 양국의 관계를 더욱 심각하게 악화시킬 전망이다.
최근 미국은 홍콩의 특별 대우를 박탈한 데 이어 보안법과 관련된 중국 정책자들과 거래한 금융업체를 제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최악의 경우 중국의 자금줄이 막힐 위기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날 홍콩이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양국 관계 악화가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고 경고했고, 일부 외신들은 양측의 냉전이 이미 본격화됐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