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중국 화물차 부르려면 1대당 한국돈 250만원 줘야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중국 당국이 긴급물자 후송을 위해 자국 화물차의 북·중 접경지역 도시 진입을 허용해달라는 북한의 요청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거절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단둥시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한 주민소식통은 전날 RFA에 "지난 6월 12일 평안북도 인민위원회 간부들이 단둥시 정부를 방문해 북조선 무역트럭의 단둥 진입 문제를 건의했다"며 "단둥시 정부는 북조선 운전수들을 방역 관리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북조선 측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북한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를 잇는 '조중친선다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소식통은 "북조선 측은 중국 화물차들이 압록강 철교를 넘자마자 강변에 위치한 보세창고로 인도해 운전수들이 차에서 내리지 못하게 하고 수입한 물건을 하차한 후 차량을 중국으로 돌려보낸다"며 "단둥시 정부 측에선 북조선 차량이 중국에 들어오면 그렇게 바로 돌려보낼 수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화물차가 단둥에 진입할 경우 도심 한 가운데를 질러 선양 방향으로 약 30km 떨어진 곳에 있는 화웬(花園) 보세창고까지 가야한다. 중국 측은 이 과정에서 화물차와 운전수의 동선을 일일이 통제하기 어려워 코로나19 방역관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소식통은 "북한은 자국에서 코로나 환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 측에서는 이런 주장을 전혀 믿지 않는 것 같다"며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북조선 측이 지나칠 정도로 방역조치를 강화하는 것은 그만큼 전염병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중국까지 자국 화물차를 보내 긴급물자를 가져오려고 시도하는 이유는 중국에서 출발하는 화물차 운임이 비싸기 때문이다. 중국 화물차(25톤 기준) 한 대가 단둥-신의주를 왕복하는 데 드는 비용은 지난해까지 3000~4000위안(약 50~68만원)이었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 1만5000위안(약 250만원)으로 치솟았다.
단둥의 무역관련 소식통은 "하루 10대의 중국 화물차가 신의주를 왕복할 경우 비용은 15만위안, 한 달(20일) 기준이면 300만위안이라는 거금이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북조선 입장에서는 자국의 차량을 동원하면 이만큼의 운송비용을 줄일 수 있으니 간절한 심정으로 중국 측에 요청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식통은 "중국 화물차 운송비가 이처럼 비싼 이유는 중국은 운전수들이 북조선에 건너갔다 오면 14일간 지정한 시설에서 격리하도록 강제하고 있고 격리비용도 자기 부담"이라며 "신의주를 왕복하는 운전수는 한 번 다녀오면 거의 3주 동안 일을 못하니 그 운임도 충분치 않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화물차 이동 제한에도 북중 무역 전체 규모는 최근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 해관총서 발표에 따르면 지난 5월 북중 간 상품 수출입 규모는 6331만5000만달러(약 765억원)로 2400만3000달러(약 290억원)였던 4월보다 163.7% 증가했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은 지난 3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일찍부터 국경 봉쇄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방역물품 등 필수품 중심으로 제한적인 물자반입이 이뤄졌다"며 "북한의 본격적인 무역 활성화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계속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heog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