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하던 일을 2명이…"출근해 트레이 350개 닦은 적도" 토로
한국맥도날드 "사실과 달라…근로자 신청한 스케줄 최대한 존중"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1. 2014년부터 맥도날드에서 일하고 있는 A(47)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작전을 짜는 날'이 늘었다. A씨는 "코로나19 이후 5명이 해야 할 일을 2명이 하고 있다"며 "'내일은 사람이 없으니 내가 그릴 판을 혼자 잡고 설거지를 다 할 테니까 네가 제품 만들고 나머지를 다 맡아라'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누군가 결근하는 등 드문 경우에만 작전이 필요했지만, 최근에는 거의 날마다 작전 짜는 날이 됐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이전 근무자가 다 닦았어야 할 트레이를 350개씩 닦은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2. 맥도날드에서 근무하는 50대 B씨는 본사의 일명 '꺾기'로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꺾기'는 사용자가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계약 시간보다 늦게 출근시키거나 일찍 출근시키고 그만큼을 임금에서 깎는 행태를 말한다. 맥도날드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온라인 시스템에 다음 한 달 치의 근무 예정표를 받고, 최종적으로 이를 확정해준다. B씨는 "24시간을 일하겠다고 올려도 본사 측에서 7.5시간만 확정해주는 식"이라며 "이만큼 일해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데,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었으니 인건비도 줄여야 한다는 게 본사 방침"이라고 토로했다.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서울의 한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차들이 주문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0.05.28 oneway@newspim.com |
코로나19 사태로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충이 더해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동자들은 한국맥도날드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력을 감축하고 근무시간을 임의로 조정하는 일명 '꺾기'를 하고 있다며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요구했다.
알바노조는 23일 한국맥도날드가 본사가 있는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맥도날드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2월 둘째 주부터 지금 이 순간, 그리고 다음 주 스케줄까지도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근무하는 인원을 절반 수준으로 줄여서 운영하고 있다"며 "또 근로계약에 따라 근무를 신청해도 사측이 일방적으로 근무를 조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꺾기를 포함, 노동자가 동의하지 않은 근무시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해당 크루가 근무하는 노동청에 체불임금 및 근로계약 위반으로 진정서를 접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 10일 언론에 보도된 앤토니 마티네즈 한국맥도날드 대표의 말을 인용하며 "대표는 지난 1~4월 한국맥도날드 누적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9% 상승한 것이 베스트 버거·고객 편의성 덕분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질 않아 엄청난 노동강도를 견디는 시간이 장기화하면서 우리는 너무나 힘들게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맥도날드 측은 이 같은 노조의 주장을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한국맥도날드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매장 직원 운영과 관련해 코로나19 이후 시간제 근로자가 절반 이상 줄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지난 5월 기준 시간제 근로자 인원수는 1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와 비슷하며, 현재도 지속 채용 중"이라고 해명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근무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시간제 근로자의 인당 월평균 근무시간 역시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코로나19 이전 1월과 비교해서도 오히려 늘어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맥도날드의 시간제 근로자들은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근로시간을 매주 변경할 수 있는 유연한 근로시간제를 장점으로 여기고 있다"며 "당사는 시간제 근로자가 신청한 스케줄을 최대한 존중하고, 근로자들 간의 형평성과 매장 상황을 고려해 당사자와 협의하에 스케줄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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