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지급 강제할 수 있지만 '빼째라식' 부모도 있어
전문가 "양육비 대지급 제도 도입 고려해야"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법적으로 양육비 이행 의무가 확정됐는데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가 65%에 달하는 등 이른바 '배드 페어런츠(BAD PARENTS)'가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법에 따라 양육비를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데도 일부는 여전히 법망을 피해가고 있는 것이다. 양육비는 최소한의 책임인 만큼 이를 이행하지 않는 부모에 대해선 개인이 아닌 국가가 적극 개입해 해결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22일 여성가족부 산하 양육비이행관리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양육비 이행 의무가 확정된 1만6073건 중 실제 양육비가 지급된 것은 1993건(35.6%)에 그쳤다. 약 65%의 양육비 지급 의무가 있는 부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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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에서 양육비 지급을 강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회사를 다니지 않거나 재산을 빼돌렸을 경우엔 받아내기 어렵다. 가사소송법에 의하면 양육비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급여나 재산에서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법원이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규정이 있다.
이후엔 법원이 구치소 감치 명령을 할 수도 있다. 다만 집행 기간이 6개월 내라서 양육비 채무자가 그 사이 잠적하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감치 명령을 따르지 않는 양육비 채무자로 인해 최근엔 운전면허 효력을 정지시키는 내용의 개정안도 발의됐다. 제20대 국회에서 막바지에 가까스로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은 양육비 채무 불이행으로 감치 명령 결정을 받았는데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엔 심의·의결을 거쳐 운전면허 효력을 정지시키도록 하는 내용이다. 운전면허가 생계 유지 목적일 땐 제외토록 했다.
당초 개정안엔 형사 처벌, 출국 금지, 명단 공개 등의 내용이 담겼지만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반쪽짜리' 법안이 됐다.
정수연 법무법인 늘품 변호사는 "많은 경우는 법 테두리 안에서 양육비 문제를 해결한다"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엄청난 감정 소모를 겪는 게 사실이고 실제 '배째라식' 부모도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또 "양육비는 실제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부모에게 금전적으로나마 양육책임을 다하라는 취지의 제도"라며 "그런데도 양육비 이행 책임이 있는 부모가 그 취지를 오해하고 이미 헤어진 상대방에게 지급할 돈으로 착각하기도 한다"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형사처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 대표는 "현행법에서 감치 명령이 가장 강한 제도인데도 이를 피해가는 사람들도 있다"며 "양육비 미지급자도 형법상 아동학대죄 대상에 포함해 형사처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나서서 양육비 지급에 강제성을 부여하고 더 이상 책임을 개인에게 미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부는 실효성 확보를 위해 국가가 양육비를 대신 지급하는 '양육비 대지급 제도'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가에서 양육비를 대신 지급해주고 국가는 양육비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며 "최소한 경제 상황이 어려운 특정 계층에게만이라도 이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개인 사정이 모두 다르고 절차도 복잡한데, 개인이 소송을 하다보니 당사자간 싸움으로만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