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 "잊혀져가던 서울 불바다설 다시 떠오를 수도"
"개성공단서 울린 폭음…남북관계 총파산 전주곡 될 수 있어"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북한은 17일 한국 정부가 전날 북측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유감과 항의의 뜻을 밝힌 것과 관련해 '서울 불바다'라는 표현을 쓰며 대남 위협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파렴치의 극치'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입 건사를 잘못하면 그에 상응해 이제는 삭막하게 잊혀져가던 서울 불바다설이 다시 떠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불바다 위협은 지난 1994년 '김일성-김영삼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북한 대표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한 박영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의 입에서 처음 나왔다. 그는 당시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습니다"며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되고 말아요"라고 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북남관계총파산의 불길한 전주곡'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진을 공개했다.[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쳐] |
당시는 북한이 1993년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며 1차 핵위기가 고조되던 시기다. 박영수의 발언으로 서울은 식료품 사재기 등 시민들의 동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북한은 이를 기점으로 대남 위협 단골소재로 '서울 불바다론'을 펼쳐왔고, 이번에도 관영매체를 통해 다시 한 번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또한 "그보다 더 끔찍한 위협이 가해질 수도 있다"며 "그 뒷감당을 할 준비는 돼있어야 하리라고 본다"고 경고했다.
이어 "(통일부의 유감 표명은) 적반하장격"이라며 "판문점 선언의 위반이니 합의서의 폐기이니 하는 것들을 감히 입에 올릴 체면이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통신은 "저들이 해서는 안 될 짓을 셀 수 없이 저질러놓고도 우리에게 합의 위반을 떠드는 것은 철면피하고 파렴치한 추태의 극치라고 밖에 달리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조선 통일부는 우리 인민들이 예고한 대적 삐라 투쟁을 놓고도 판문점 선언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뻔뻔스럽고 염치 없이 지껄였다"고 비난했다.
통신은 청와대와 국방부를 겨냥해서도 비난 공세를 펼쳤다. 통신은 "남조선 청와대는 이제 무슨 더 큰 화를 당하고 싶어 그따위 소리들이 망탕(마구) 튀어나오도록 방치해두는지 실로 의아스럽다"며 국방부를 향해서는 "겁먹은 똥개 마냥 짖어대며 입만 벌리면 추적감시, 확고한 대비태세, 강력한 대응 등 과시성, 허세 부리기에 급급하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개성공업 지구에서 울린 붕괴의 폭음이 북남관계의 총파산을 예고하는 전주곡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덧붙였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