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 읽는 의전대통령" 발언에 논쟁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1일 온라인 상으로 시(詩)를 주고받으며 설전을 벌였다.
신동호 비서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형도 시인의 '빈 집'을 차용한 듯한 '빈 꽃밭'이라는 제목의 시를 게재했다. 신 비서관은 강원고 3학년 학생이던 1984년 '오래된 이야기'로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등단한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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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호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시 '빈 꽃밭'. [신동호 페이스북 캡쳐] |
신 비서관은 "어느 날 아이가 꽃을 꺾자 일군의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며 "아이는 더 많은 꽃을 꺾었고 급기야 자기 마음속 꽃을 꺾어버리고 말았다"로 시를 시작했다. 이어 "꽃을 피워야 할 당신이 꽃을 꺾고 나는 운다"며 "헛된 공부여 잘 가거라"라고 적었다.
신 비서관은 '꽃을 꺾은 아이'가 누구인지 특정하지 않았으나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이었던 진중권 전 교수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진 전 교수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남이 써준 연설문을 읽는 의전대통령"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신 비서관은 또 "통념을 깨는 곳에 아름다움이 있었다. 부조화도, 때론 추한 것도 우리들의 것이었다"며 "숭고를 향해 걷는 길에 당신은 결국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았지만 꽃을 잃고, 우리는 울지 않는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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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의 시에 대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답시 '빈 똥밭' [진중권 페이스북 캡쳐] |
신 비서관의 시를 본 진 전 교수는 "우리 정치에 아직 낭만이 살아있네요. 받았으니 저도 예의상 답시를 써드려야겠죠"라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빈 똥밭-신동호의 빈 꽃밭을 기리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진 전 교수는 시에서 "어느 날 아이가 똥을 치우자 일군의 파리들이 아우성을 쳤다. 아이는 더 많은 똥을 치웠고 급기야 그들 마음속의 똥을 치워버리고 말았다"며 "똥을 잃은 그가 운다. 출세 하나를 위해 기와집으로 기어들어 간 예술혼이여 맘껏 슬퍼해라"라고 적었다.
이어 "같이 쌀 줄 알았던 아이가 똥을 치우니 그가 운다. 몹쓸 공부는 잘 가라며. 청결을 향해 걷는 길에 아이는 결국 청소하다가 지쳐 주저앉았지만 똥을 잃고도 파리들은 울지 않는다. 똥 쌀 놈은 많다며 울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가 여권 인사들과 그들의 행태를 '똥', '파리'로 비유한 것이다. 진 전 교수는 신 비서관이 기형도 시인의 '빈 집'을 패러디한 것을 두고 "아이는 문득 기형도가 불쌍해졌다"고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heog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