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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인 벤처캐피탈협회장 "코스닥시장 홀로서야 '대박' 벤처투자 나온다"

기사입력 : 2020년06월12일 10:46

최종수정 : 2020년06월26일 13:41

정책금융 벤처투자 마중물 역할 성공...민간자금이 향후 주도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보안S/W 등 유망

[편집자] 정성인 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벤처투자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코스피·코스닥 시장을 분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코스닥 시장은 '성장가능성'에 투자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코스피 시장의 대기업들과 겨루다보니, 주가가 등락하게 되는 것. 정 회장은 '꿈을 먹고 사는' 코스닥 기업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포섭하기 힘들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중순 발간된 <월간 ANDA>에서는 한국 벤처캐피탈 생태계를 움직이기 위해 노력하는 정 회장의 비전과 고민을 담았다.

[서울=뉴스핌] 박영암 기자 이서영 기자 = "네이버·카카오 등 기술혁신기업들이 주도하는 인수합병(M&A)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벤처투자자도 M&A를 안정적인 자금회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은 코스닥시장의 개편이 더 시급하다. 현재처럼 한국거래소 한 집에서 형(코스피) 동생(코스닥)처럼 지내면 벤처캐피탈의 자금회수를 도와주기 힘들다. 완전 분리는 아니더라도 사람과 예산 전략을 코스피시장과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정성인 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벤처투자자들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회수하고 새로운 기술혁신기업에 재투자하려면 코스닥시장의 독립 운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적 중심의 코스피시장 잣대를 성장성을 중시하는 코스닥시장에 적응하고 있어 두 시장을 독립 운영하는 것이 벤처생태계 발전에 도움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미국과 달리 M&A를 통한 벤처투자자금 회수율이 5%에 불과하기 때문에 코스닥시장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정 회장은 차등의결권 도입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비상장기업에 도입하는 것은 크게 괘념치 않는다. 다만 상장 후에도 차등의결권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심각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처럼 차등의결권을 부여하면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특히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한국 주식 보유 매력이 떨어져 대량 투매를 야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정성인 벤처캐피탈협회장. 2020.05.06 dlsgur9757@newspim.com

◆ "올해 모태펀드 1조1000억원 출자...벤처 신규투자 증가세 지속"

- 올해 1분기 신규 벤처투자액이 4.2% 감소했다. 벤처투자 성장세에 이상 신호가 온 것인가.
▲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벤처기업들과 투자 미팅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지난해 1분기 투자가 늘어난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지난 2017년 8300억원 규모의 모태펀드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지난해 1분기 투자액이 급증했다. 2018년 1분기보다 16.5% 증가했다. 올해 2분기도 전년 동기 대비 감소가 예상된다.
그렇다고 국내 벤처투자 열기가 꺾인 것은 아니다. 증가세는 계속된다. 무엇보다 정부의 벤처투자 의지가 워낙 확고하다. 올해 모태펀드 출자액은 지난해(4920억원)보다 2배 많은 1조1000억원에 달한다. 모태펀드와 성장금융,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과 민간자본까지 더해진 올해 벤처펀드설정액은 4조6000억원이다. 지난해(4조1100억원)보다 5000억원가량 많다. 신규 설정된 벤처펀드에서 본격적으로 투자할 경우 신규 벤처투자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다 패스트클로징 도입과 손실 우선충당 등 각종 인센티브로 벤처펀드의 조기 집행을 유도하고 있다. 벤처투자촉진법 제정으로 민간 부문의 벤처 신규투자 여건이 개선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프리미어파트너스가 민간자금을 받아 설정한 벤처펀드에서 투자해 성공한 벤처기업들을 소개해 달라.
▲ 2018년 2월 코스닥시장에 테슬라 상장(적자기업 특례상장)한 카페24를 들 수 있다. 한때 카페24의 2대주주일 정도로 투자를 많이 했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의 블루홀에도 투자했다. 이 밖에도 코스닥 상장업체인 뷰웍스, 루멘스 등에 회사 설립 초기부터 투자했다.
이들 벤처기업에서 양호한 성과를 올렸다. 좋은 기업을 발굴한 경영진과 투자심사역의 안목이 탁월했다. 여기다 자금을 맡긴 연기금, 공제회, 은행 등 민간투자가들의 장기투자도 크게 작용했다. 회사 설립 초기에는 기관투자자들이 5년 정도 맡겼는데 지금은 최소 7년 정도 출자한다. 벤처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서 자금수요가 발생하면 만기를 연장해 주고 있다. 스타트업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는 벤처펀드 성격에 맞게 투자기간을 늘리고 있다. 이것이 좋은 수익률을 올리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 벤처투자를 주도하는 모태펀드 등 정책금융보다 민간자금이 더 많이 유입돼야 벤처투자 생태계가 건전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 모태펀드와 성장금융 등 공공자금보다 민간자금이 더 많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2017년 모태펀드 추경 편성 등 정책금융의 마중물 역할은 성공했다고 본다. 벤처투자액이 늘었다. 여기다 국내 벤처캐피탈업계가 민간 주도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신규 설정된 벤처펀드 4조1100억원 중 모태펀드와 성장금융 등 정책금융은 1조3690억원으로 33.3%를 차지했다. 은행, 증권사를 포함해 국민연금, 공제회, 일반법인, 개인 등 민간출자액은 2조7410억원으로 66.7%였다. 2018년 65.4%에 비해 1.3%포인트 늘어났다. 2015년(57.5%)에 비해서는 9.2%포인트 증가한 셈이다. 설정액 기준으로는 2015년에 비해 1조2355억원 늘어났다.
앞으로 정부는 정책금융의 사이즈를 키우기보다는 민간자금이 출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힘써야 한다. 투자자 교육이나 벤처캐피탈업계의 정보화 지원 및 개인투자자 세제 혜택 그리고 벤처투자자금의 안정적인 회수를 위한 자본시장 개편 등에 좀 더 집중했으면 한다.

- 벤처투자가 늘면서 원금 보장 등 부당행위도 증가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지난 3월 벤처투자 부당행위 신고센터를 설치했다. 협회 차원의 대책은 무엇인가.
▲ 협회 차원에서도 오래전부터 부당투자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경영진을 대상으로 윤리교육을 권하고 있다. 사실 벤처캐피탈은 전문가 시장이기 때문에 자기책임 원칙이 강하다. 계약서에 출자조건을 상세히 담고 있어 적어도 부당행위를 공식적으로 요구할 여지는 없다. 만약 원금 보장 등 이면계약서를 요구하다 알려지면 시장에서 곧바로 퇴출된다.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벤처캐피탈에 자금을 출자할 기관은 없다. 금융당국의 제재보다 시장의 평판이 더 무서운 곳이 벤처캐피탈업계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정성인 벤처캐피탈협회장. 2020.05.06 dlsgur9757@newspim.com

◆ "네이버·카카오 등 기술혁신형 기업 많아질수록 M&A 통한 엑시트 활발해져"

-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벤처캐피탈업계로 유입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자금회수(엑시트) 여건이 개선돼야 한다. 5%에 불과한 M&A를 통한 자금회수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엑시트는 또 다른 창업기업에 투자할 발판을 제공해 벤처생태계를 선순환시키는 중요한 기능이다. 현재 미국은 거의 대부분 M&A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도 M&A에 적극적인 기업들은 주로 혁신기술로 성장한 업체들이다. 대부분 정보통신기술(ICT)이나 통신, 의료, 바이오 등 외부 기술에 개방적인 기업들이다. 미국도 라이선스 기반의 전통산업에서는 인수합병이 활발하지 않다. 다만 미국은 새로운 벤처기업들이 한국보다 많이 자리 잡았기 때문에 M&A가 활발해 보이는 것이다.
사실 한국의 경우도 현재 네이버나 카카오같이 기술혁신형 스타트업에서 성장한 대기업들은 M&A를 굉장히 많이 하고 있다. 게임업계도 크고 작은 인수합병을 많이 진행한다. 이렇듯 새로운 혁신 아이템으로 성장한 기업은 외부 기술에도 매우 유연하다. 다만 미국처럼 법률적·제도적 진입장벽이 높은 기업들은 M&A에 소극적이다. 결국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기술혁신형 벤처기업들이 더 많이 성장하면 M&A를 통한 벤처투자업계의 엑시트도 많아질 것이다.

- 현재 벤처투자자의 주된 엑시트 창구인 코스닥시장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벤처기업이 제값을 받고 기업을 공개해야 벤처캐피탈도 수익률이 좋아진다. 성과가 좋아야 기관투자자들한테 다시 출자받는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현재 한국거래소 한 지붕 아래에 있는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을 완전 분리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인력, 예산, 전략 등을 코스피시장과 분리해서 운영해야 한다. 벤처캐피탈 등에서 미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기업들이 쉽게 상장하고 당초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쉽게 퇴출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
현재처럼 형(코스피) 동생(코스닥) 같은 구조로는 벤처생태계 발전에 획기적으로 기여하기 힘들다. 네이버, 카카오, 셀트리온처럼 미래 성장성을 내세우며 코스닥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의 코스피시장 이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코스피시장은 실적, 코스닥시장은 미래 성장성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 그래야 벤처기업들이 제값을 받고 기업공개에 나설 수 있다. 이는 벤처투자업계의 투자수익률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정성인 벤처캐피탈협회장. 2020.05.06 dlsgur9757@newspim.com

◆ "벤처투자자도 벤처기업과 대등한 관계...민간주도 벤처투자 기반 마련"

- 8월부터 시행되는 벤처투자촉진법(벤처투자법)에 대한 벤처투자업계의 기대가 크다. 벤처캐피탈업계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나.
▲ 한마디로 벤처투자자가 적어도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벤처기업과 대등한 대우를 받게 됐다. 이전에는 벤처투자자보다는 일자리와 미래 기술을 만들어 내는 벤처기업에 정책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일례로 올해 벤처투자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벤처 관련법은 '벤처특별법'과 '창업지원법'만 있었다. 두 법 모두 창업 활성화나 벤처기업의 제도적 지원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벤처투자법이 제정됨으로써 벤처투자의 전문성을 인정받게 됐다.

- 벤처투자법에서 조건부 지분인수계약제(SAFE)를 새로 도입했다. SAFE 도입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를 설명해 달라.
▲ 액셀러레이터 인큐베이터처럼 벤처기업 설립 초창기 투자할 경우 적정 기업가치를 산출하기 힘들다. 획기적인 신기술이나 특허권을 갖고 있어도 사업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워 생존을 전제로 한 적정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
이 같은 이유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벤처기업들은 "비싸게 출자받았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SAFE가 도입될 경우 초기 투자자들은 후속 투자자인 벤처캐피탈의 가치평가를 참고해서 지분율을 산정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벤처기업과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기술보증기금이 평가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응용한 기업평가 시스템을 은행과 벤처캐피탈업계에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벤처투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나.
▲ 활용할 여지가 많다고 본다. 이를테면 기술평가라는 게 어떤 면에서 보면 굉장히 정성적인 것인데 이를 정량화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기술평가에서 10점 기업이 5점 기업보다 사업화 성공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런 만큼 활용에 한계는 있다.

- 오는 11월 서울에서 스타트업의 글로벌 축제인 '컴업 2020' 행사가 열린다. 벤처캐피탈협회에선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당연히 참석한다. 협회에서는 지방 벤처기업을 국내외 벤처캐피탈에 연결하는 투자설명회를 준비하고 있다. 소규모 벤처캐피탈업체가 지방 스타트업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양쪽의 요구를 충족하면서 투자설명회를 준비 중인 다른 참여기관들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 코로나19로 온라인·언택트(비대면) 경제가 부상하고 있다. 벤처투자자 입장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망한 업종은.
▲사람들이 이제 비대면 경제에 급격하게 익숙해졌다. 실제로도 음식, 잡화 등은 온라인과 모바일 매출이 많이 늘었다. 언택트 라이프에 필요한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인프라와 함께 보안 등 소프트웨어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이다. 또 해당 플랫폼들을 시현하는 데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 시장도 역시 성장할 수밖에 없다.
외환 위기(IMF)를 거치면서 느꼈지만 경기가 한 번에 확 나빠졌다가 회복할 때 모든 산업이 균등하게 활기를 되찾는 게 아니라, 어느 특정 새로운 산업이 눈에 띄게 성장한다. 코로나19 이후 경제는 현재 활성화되고 있는 업종들이 주도할 것으로 본다.

◆정성인 벤처캐피탈협회 회장

지난해 2월부터 제13대 벤처캐피탈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 회장은 충남 당진 출신으로 제물포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한국기술개발주식회사(지금의 KTB네트워크)의 공채 1기로 벤처캐피탈 업계에 발을 들였다. 2005년 프리미어파트너스를 설립해 유한회사형 벤처캐피탈 중 가장 많은 3435억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협회장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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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윗집 발망치 소리, 내년부터 끝" [세종=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지난 2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HERI). 세종시에 위치한 이곳에는 주택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여러 시험동이 있지만, 5층짜리 실제 아파트 건물 한 동이 눈에 들어왔다. 출입구 한켠에는 'db35lab(데시벨 35 랩)'이란 영문과 숫자 표기가 부착돼 있었다. 아파트 1층 내부에 들어가야 이 표기의 의미를 알게 됐다. 이는 LH가 층간소음 1등급 기준인 37데시벨보다 낮은, 도서관처럼 조용한 집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층간소음기술연구소의 시험동 이름이다. 층간소음 등급별 시연 모습 [사진=국토부기자단 공동] 거실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 화면에는 2층의 층간소음을 일으킬 수 있는 런닝머신, 책상과 의자, 공 등의 도구들이 보였다. 우선 화면을 통해 윗층에서 아래층에 전달되는 성인의 발걸음 소리를 들려줬다. 말 그대로 '발망치' 소리였다. 들려오는 소음은 49데시벨로 4등급 수준이다. 층간소음의 기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2005년 전에 지어진 공동주택의 경우 일부에서 이러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중량충격음이다. 이번에는 실제로 윗층에서 걷는 소리를 듣는 순서였는데, 귀를 쫑긋 세우지 않고서는 소음을 느끼기 어려웠다. 미세한 진동음이 들리긴 했지만, 불편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어 1m 높이에서 3kg 무게의 공을 떨어뜨리는 실험도 시연됐다. 이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중량충격음으로, 역시 4등급 수준에서는 참기 어려운 소음과 진동이 느껴지지만, 이곳의 실제 시연에서는 역시 진동음이 확 줄었다. 의자 끄는 소리는 비교적 가볍고 딱딱한 충격음이어서 경량충격음이라고 하는데 4등급 수준에서는 참기 어려울 정도로 불편했지만, 실제 시연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충격음이 전달되지 않았다. 이처럼 층간소음이 획기적으로 줄어든 데는 1등급 기준인 37데시벨에 맞춘 성능으로 시공된 바닥 때문이었다. 기존 슬래브 두께보다 두꺼운 250mm로 시공하고, 그 위에 40mm 복합완충재와 30mm 고밀도몰탈 및 와이어 메쉬 등을 함께 깔아 놓은 바닥재다. 공동주택 층간소음 저감기술은 2023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했으나, 슬래브 두께는 210mm로 상대적으로 얇고 낮은 등급의 완충재와 일반 몰탈을 적용해 3등급 수준에 머물렀으나, 이를 매년 개선해 온 결과 올해 1등급 기준을 충족하게 됐다. LH는 이러한 기술 개발을 실험동 연구에 그치지 않고, LH 공동주택 각 현장에 실증 시공을 하면서 실증 결과 데이터를 쌓아왔다. LH가 층간소음 저감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한 단지는 양주회천 A15블록으로, 당시 3등급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평택고덕 ab57-2블록에 2등급 수준으로 끌어 올려 적용했다. LH 연구원 관계자는 "이 같은 1등급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2022년부터 지속적으로 관련 기술과 공법을 연구해 왔다"면서 "47개의 기술 모델 개발과 총 1347회에 걸친 실증을 거쳐 자체 1등급 기술 모델을 정립해 내년부터 주택 설계에 본격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1등급 기준 설계로 분양가 상승의 요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기존 공동주택 24평형(전용면적 59㎡) 기준으로 가구당 300만~400만 원의 공사비가 더 소요되는 것으로 LH는 추정하고 있다. 정운섭 LH 스마트건설본부장은 "층간소음 1등급 설계 적용 때문에 수분양자의 분양가 상승 부담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자체 원가절감과 함께 정부 재정 지원을 요청한 상태"라면서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공사비 상승의 주요인인 슬래브 두께를 슬림화하면서도 1등급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층간소음감지기를 통해 경고 알람이 뜨는 월패드 시연 장면 [사진=국토교통부기자단 공동] 층간소음 1등급 설계는 새로 짓는 공동주택에서만 가능하다. 때문에 구축에서는 이러한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 LH는 이를 보완하는 방안으로 층간소음 감지기를 IT업체와 협력해 개발 중이다. 바닥에 여러 차례 충격을 줄 경우, 층간소음 감지기의 센서가 작동해 해당 세대 월패드를 통해 주의를 당부하는 알람이 뜨도록 하는 장치다. 정승호 LH 스마트주택기술처 팀장은 "구조적으로 층간소음을 줄일 수는 없겠지만,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기준을 해당 세대에게 알림으로써 아래층 이웃과의 분쟁을 줄일 수 있도록 고안한 장치"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시연은 기존 공동주택에 적은 비용으로도 층간소음을 저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팸투어에 참여한 국토교통부 기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층간소음 1등급 바닥구조 [사진=뉴스핌DB] LH는 바닥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에 국한하지 않고, 옆 세대와의 벽간소음, 화장실 배관 소음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생활소음 저감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벽간소음을 저감하는 소음 차단 성능 1등급 벽체 구조는 2019년 11월부터 이미 설계에 반영한 바 있다. 내년부터는 화장실 배관이 아래층을 통하지 않고 각 세대 내에서 설치되는 자체 배관을 적용해 배관을 통해 전달되는 소음도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내구성이 좋은 장수명 주택, 수요자의 취향에 맞게 가변형 평면 구성이 가능한 라멘 구조 주택, 레고처럼 조립·건설하는 모듈러 주택 등 주택 건설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는 주택 유형에도 층간소음 1등급 접목 방안을 모색해 적용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LH는 층간소음 저감 기술 저변을 민간으로 확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우선, 민간의 고성능 신기술을 발굴하고, 다양한 1등급 기술 요소의 시장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올해에는 층간소음 기술 마켓을 통해 6개의 고성능 기술을 발굴했으며 LH 공공주택 현장에서 그 성능을 검증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LH는 층간소음 1등급 적용 확산을 위해 db35lab을 내년 3월부터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자체 층간소음 시험 시설이 없는 중소기업에 데시벨 35랩을 테스트베드로 제공해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LH는 또 그간 개발해 온 층간소음 저감 기술 요소와 시공법, 실증 결과를 중소 민간 건설사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더불어 자체 기술 개발과 층간소음 저감 시공·품질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에 대한 기술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이한준 LH 사장은 "2년 전 취임 당시 제일 먼저 강조한 게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약속한 것이었다"면서 "내년부터는 LH가 짓는 모든 아파트에 1등급 기준을 적용해 국민 일상의 생활 고통을 덜어주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벽식 구조의 공동주택에서 벗어나 라멘(기둥식) 구조와 모듈러에도 층간소음 1등급 기준을 적용해 100년 이상 가는 장수명 주택의 근간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dbman7@newspim.com 2024-11-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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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동행카드, 고양·과천도 30일부터 [서울=뉴스핌] 이경화 기자 =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가 오는 11월 30일 첫 차부터 고양시와 과천시까지 서비스를 확장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로써 서울~고양~과천을 오가는 시민들도 월 5만~6만원대로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 1월 27일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출발한 기후동행카드는 3월 30일 김포골드라인, 8월 10일 진접선·별내선까지 확대됐다. 서울 공동생활권인 인구 100만의 대규모 도시 고양시와 지리적으로 서울시와 경기남부의 길목에 위치한 과천시까지 연결됨에 따라 수도권으로 본격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시는 기대한다.  서울 외 지역 기후동행카드 이용 가능 도시철도 구간 [이미지=서울시] 서울시와 고양시, 과천시는 지난해 2~3월 기후동행카드 참여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후속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하고 11월 30일 고양시(3호선·경의중앙선·서해선), 과천시(4호선)의 기후동행카드 참여를 확정지었다. 관계기관들과 함께 시스템 개발·최종 점검을 완료했다. 이번 확대로 3호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역에서 서울시 송파구 오금역까지 모든 역사(44개)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경의중앙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역에서 구리시 구리역까지 34개 역사, 서해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역에서 서울시 강서구 김포공항역까지 7개 역사, 4호선은 남양주시 진접역에서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역사까지 34개 역사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현재 기후동행카드 서비스 범위에 이미 고양시를 경유하는 서울 시내버스 28개 노선과 과천시를 경유하는 6개 노선이 포함돼 있음을 고려하면 서울과 고양·과천을 통근·통학하는 약 17만 시민의 이동 편의가 더욱 증진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용범위가 대폭 확대되면서 과천·고양 등 시민들도 기후동행카드의 다양한 문화 혜택을 동일하게 누릴 수 있다. 과천시 4호선 확대로 대공원역도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방문 시 서울대공원 50% 할인 등 혜택을 참고하면 된다.  기후동행카드는 올해 1월 23일 서비스 시작 이후 70일 만에 100만 장이 팔리는 등 시범사업 단계부터 큰 호응이 확인된 바 있다. 7월부터 본사업에 들어가면서 청년할인권·관광객을 위한 단기권 등 다양한 혜택이 더해졌다. 평일 최대 이용자가 65만명이 넘어가는 등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고양·과천 지하철 적용을 시작으로 수도권 시민들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협의·시스템 개발 검토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확장을 위한 타 경기도 지자체와의 논의 역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고 시는 덧붙였다.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려면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전화에서 '모바일티머니' 앱을 무료로 다운받아 충전하면 된다. 실물카드는 서울교통공사 1~8호선 고객안전실, 지하철 인근 편의점 등에서 구매한 후 서울교통공사 1~8호선, 9호선, 신림선·우이신설선 역사 내 충전기에서 권종을 선택·충전 후 사용할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의 고양시, 과천시 확대 등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고양시(031-909-9000), 과천시(02-3677-2285),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윤종장 서울시 교통실장은 "김포·남양주·구리에 이어 고양·과천 확대로 경기도 동서남북 주요 시군까지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대중교통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며 "교통비 절감·생활 편의·친환경 동참 등 일상 혁명을 수도권 시민들까지 누릴 수 있도록 수도권 지역 서비스 확대·편의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kh99@newspim.com 2024-11-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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