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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벤처인이 1등 신랑감 대접 받아야"

기사입력 : 2020년04월03일 15:50

최종수정 : 2020년04월03일 15:50

[인터뷰-1] 20년 전보다 '벤처창업 권하지 않는 분위기' 우려
"준비된 기술 창업이라면, 벤처 창업 도전해봐도"

[편집자]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1차 벤처 붐이 한창이던 2001년 창업에 나섰다. 기술 하나만 믿고 삼성전자에서 나와 창업한 크루셜텍은 지난해 65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안 회장은 하지만 국내 벤처생태계의 최대 문제점을 '벤처를 권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2월 중순 발간된 <월간 ANDA>에서는 한국 벤처생태계를 한단계 도약시키려는 안 회장의 비전과 고민을 담았다.

[서울=뉴스핌] 박영암 기자 이서영 기자 = "20년 전 1차 벤처 붐 때 벤처기업가는 1등 결혼 상대였다. 하지만 요즘 고급 기술인력들이 벤처 창업을 하겠다고 하면 여자친구들은 결사 반대한다. 위험을 회피하는 사회가 되면서 벤처 창업 분위기가 과거보다 더 나빠졌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1월 말 인터뷰에서 국내 벤처생태계의 최대 문제점을 '벤처를 권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안타까워했다. 안 회장은 1차 벤처 붐이 한창이던 2001년 삼성전자 기술총괄본부 선임연구원이란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와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기술력 하나만 믿고 벤처 창업에 나섰다. 부인도 힘을 보탰다. 하지만 최근에는 삼성전자 등 대기업과 서울대·KAIST 등 명문대, 국책연구원 출신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부인 심지어 여자친구가 안정적인 대기업 생활을 원해 갈수록 고급 기술인력의 벤처 창업은 '가뭄에 콩 나기'다. 그는 벤처정신이 사라지면 한국 경제도 과거 영광을 되찾기 힘들다며 혁신창업 분위기 조성에 사회 구성원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처창업 환경은 좋아졌지만 분위기는..."

Q. 2000년 1차 벤처 붐과 최근 2차 벤처 붐을 비교해 달라.

A. 요즘 벤처 창업 환경은 과거에 비해 말할 수 없이 좋아졌다. 창업공간·금융·세제 등 정부 지원 창업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렇게 좋은 조건에서 창업할 수 있는 나라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당시와 달리 고급 인력의 창업은 가뭄에 콩 나듯 적어 걱정이다. 특히 창업 성공 가능성이 높은 대기업 연구원·명문대학·국책연구기관 출신들은 벤처 창업을 꺼리고 있다. 1차 벤처 붐 당시 '벤처 창업=성공'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에서 충분히 훈련된 고급 인력들이 창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요즘은 고급 기술과 지식재산을 가진 고급 인력들이 벤처 창업에 나서지 않아 분위기는 과거보다 못하다.

Q. '벤처 창업을 권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A. '벤처 창업을 꺼리는 사회'에서 '벤처 창업을 선호하는 사회'로 선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국립공고·서울대·카이스트·삼성전자와 협업해 인공지능(AI) 연계 특화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 때부터 창업 분위기에 익숙해져야 졸업 후나 기업생활 후 창업전선에 뛰어들 수 있다. 미국 MIT나 스탠퍼드대학처럼 한국 대학가도 대학생들이 벤처 창업에 직접 뛰어드는 것을 권유하면 좋겠다. 대학가는 대기업이나 국책연구기관들보다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연구주제를 설정할 수 있어 벤처 창업 성공 가능성이 높다. 창업 인프라만 제공해 주면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서울대 의대 서정선 교수가 1차 벤처 붐 때 마크로젠이라는 바이오벤처를 창업했다. 이 같은 사례가 앞으로도 많이 나오면 좋겠다.

[판교=뉴스핌] 백인혁 기자 =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겸 크루셜텍 대표이사가 31일 오전 경기 성남시 크루셜텍 본사에서 뉴스핌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0.01.31 dlsgur9757@newspim.com

 "준비된 기술 창업은 적극 권하고 싶다...창업 환경은 세계 최고 수준"

Q. 벤처업계의 숙원이던 '벤처투자촉진법 및 벤처기업육성을 위한 특별법' 등이 2월 중순 공포됐다. 향후 벤처업계에 미칠 영향을 설명해 달라.

A. 이들 법안은 그동안 벤처업계가 줄곧 개정을 요구해 왔다. 이번 법안 공포로 벤처생태계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먼저 벤처투자촉진법 제정으로 앞으로 벤처 투자 관련 규제가 대폭 줄어든다. 엔젤 투자나 벤처 투자 등 전문투자가들이 좀 더 자유롭게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벤처기업특별법 개정으로 벤처기업확인제도를 좀 더 시장친화적인 민간 주도로 개편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기존 벤처기업 확인 유형의 80% 이상을 차지하던 보증대출 유형을 폐지하고 혁신성과 성장성만으로 벤처기업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벤처기업 확인인증을 받을 경우 각종 세제와 정책금융 등 정부 지원 혜택을 받는다. 현재는 대부분 기술보증기금에서 벤처기업인증을 받는다. 공공기관인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을 받기 위해서는 재무적 안정성이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한다. 신생 벤처기업들에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어 개선 요구가 많았다. 이번 벤처기업특별법 개정으로 벤처확인절차를 민간에서 담당하게 되면 혁신성과 성장성, 기술력 등을 갖춘 시장친화적 벤처기업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

Q. 벤처기업 하면 야전침대를 놓고 사무실에서 24시간 연구하고 근무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주52시간제 도입 등이 벤처기업에는 부담이 될 것 같다.

A.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벤처기업에 시간경쟁력 상실은 생존의 문제다. 주52시간제 도입은 혁신·창업기업의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라고 할 수 있다. 노사 합의로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벤처기업의 연구개발(R&D)직은 다른 직종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기 힘들다.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제가 그나마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1개월의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준으로는 집중근로 가능기간이 약 2주에 불과하다. 대다수 회원사들의 요구를 반영해서 정부에 정산기간을 최소 3개월로 연장해 달라고 건의하고 있다.

 

[판교=뉴스핌] 백인혁 기자 =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겸 크루셜텍 대표이사가 31일 오전 경기 성남시 크루셜텍 본사에서 뉴스핌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0.01.31 dlsgur9757@newspim.com

Q. 벤처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A. 개인적으로 '번뜩이는 아이디어'만 가지고 창업에 뛰어드는 것은 적극 반대하고 싶다. 기술력이 없는 아이디어는 쉽게 밀려날 수밖에 없다. 토스나 배달의민족 같은 기적을 생각하고 창업에 무작정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 남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기술력을 갖춘 '기술창업'을 준비해야 한다. 기술창업이 활발해져야 제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다. 제조업은 수많은 하청업체를 파생시켜 결국 국가경제를 끌어올린다. 벤처기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큰 만큼 준비된 기술력을 가진 대기업·국책기관 연구원 등이 벤처 창업 흐름을 주도했으면 한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3만6000여 개 벤처확인기업의 총 매출액은 약 192조원으로 추정된다(2018년 12월 말 기준). 이들 벤처기업 총 종사자 수는 71만49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삼성‧현대차‧LG‧SK 등 4대 그룹 종사자를 합한 66만8000여 명보다 많다.

pya840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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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사정 어떻길래…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 이유 있었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큐텐 계열사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셀러(판매자) 탈출을 부추기고, 거래 규모 감소로 이어져 티몬과 위메프의 유동성 경색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서다. 여행사에 이어 유통업계도 티몬과 위메프에서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추세다. 남은 셀러들은 판매 대금을 결제받지 못할까 전전긍긍하고, 예약 건이 있는 소비자들은 서비스가 취소될까 염려하는 등 관련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유통업체 손절 이어져…소비자 불편 가중 위메프 앱 전문몰에서 업체 상품이 모두 삭제돼있다. [사진=위메프 앱 캡처] 23일 업계에 따르면 대금 지연 사태가 발발한 티몬과 위메프에서 롯데쇼핑, 신세계, 현대백화점, GS리테일 등 유통 기업이 잇따라 상품 판매를 철수하고 있다. 홈쇼핑 관에서는 현대홈쇼핑·신세계라이브홈쇼핑·공영홈쇼핑·GS홈쇼핑·CJ온스타일·SK스토아·홈앤쇼핑 등이 판매 게시물을 모두 내렸으며, 전문몰 관에서도 LF몰, 엔터식스 등이 철수했다. '올라', '페이코' 등 핀테크 서비스도 거래를 중단하고 있어 현재 결제 시에 '가맹점 ID가 유효하지 않다'는 알림이 뜨기도 한다. 전날 웹투어 등 여행사들은 일찍이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대금이 지연된다는 소식을 듣고 상품을 즉시 철회한 상태"라며 "계속 판매할지 여부에 대해 현재 법무팀과 논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여행업계는 오는 25일까지 정산 기한을 통보하고, 기한 내 정산금을 받지 못할 시 내용증명 및 계약 해지 조치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 여름휴가 시즌 예약한 항공권이나 숙박 등이 전날 취소되는 등의 사태가 일어나면서다. 한 소비자는 "티몬에서 예약한 내일 서울 올라가야 하는 비행기가 1시간 전 비용 미입금이라는 문자가 왔다"며 "이미 예매가 끝나 여행을 왔는데 어떡하란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산 미지급' 위메프서 티몬으로…'셀러런' 이어져 티몬, 위메프 로고. [사진=티몬, 위메프 제공] 이번 사태는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해 발발했다. 위메프 측은 큐텐 그룹이 주문처리·서버 관리·정산시스템·부서통합 등을 일원화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사태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큐텐 해외지사에서도 일부 셀러들이 대금을 지연 받고 있다는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셀러들의 불안감이 가중됐다. 일부에서는 티몬과 위메프가 현금성 상품을 할인 판매한 것을 머지포인트 사태에 빗대기도 했다. 머지포인트 사태는 돌려 막기로 상품권 사업을 지속하다 환불 대란을 일으킨 사태를 말한다. 이로 인해 셀러들의 '런' 사태가 벌어졌다. 셀러가 플랫폼을 떠나자 오픈마켓을 주력으로 한 티몬, 위메프의 위기는 가시화됐다. 위메프에서 시작된 정산 지급 사태는 실제 유동성 경색을 일으켜 티몬으로까지 번졌다. 티몬은 공지를 통해 "언론의 부정적 보도 후 일부 판매자들의 판매 중단 등으로 당사의 상품 거래에까지 영향을 주어 거래 규모가 일시적으로 감소하면서 정산금 지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초래됐다"고 밝혔다. 사태는 불식되지 않고 있다. 소규모 셀러에 이어 규모가 큰 셀러까지 탈출하자 오히려 '셀러런' 사태가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한 같은 자회사 인터파크커머스, AK몰은 공지를 통해 "당사의 정산시스템은 문제가 없다"며 선 긋기에 나섰다. 티몬과 위메프는 뒤늦게 셀러 탈출 사태를 막기 위해 나섰다. 이날 공지를 통해 제3 금융기관에 판매자의 정산금을 보관하는 방식으로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구매자가 상품을 주문, 결제하면 위메프는 수수료만 수취하고 정산금은 위메프가 아닌 다른 금융기관에 보관하겠다는 것이다. ◆가용 현금 60억이 전부…부채가 자산 3배 넘어 티몬, 위메프에서 셀러를 떠나게 만든 원인은 '지표'에 있다. 일각에서 사태를 확인 없이 악화시킬 때 떠나지 않던 셀러들이 짐을 싸기 시작한 것은 큐텐 그룹의 자본 악화 추이를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위메프는 지난 2020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위메프의 지난해 자본총계는 -2440억원으로 전년(-1441억원)보다 낙폭이 더 크다. 지난해 부채 총액 또한 3318억 원으로 전년 동기(2608억 원) 대비 27% 증가했으며, 자산 총액은 전년(1137억 원) 대비 19% 감소한 920억원으로 나타났다. 부채가 총자산보다 3배(361%) 넘는 것이다. 티몬은 2022년 자본총계가 -6385억원으로 전년(-4727억원)보다 재무 상태가 더 악화됐다. 티몬은 큐텐에 인수되기 전인 2016년에도 자본총계가 -2061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됐고, 큐텐에 인수된 후인 2022년에도 자본총계 -6385억원으로 전년(-4727억원) 대비 21% 증가했다. 보유 현금 역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티몬의 2021년 기준 555억 원이던 현금(보통예금)은 2022년 80억 원으로 급감했고, 그중 16억 원은 지급보증서 발급을 위한 담보가 잡혀있는 상태다. 이는 티몬이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60여억 원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티몬은 올해 4월 마감이었던 감사보고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통상 감사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않은 것은 재무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티몬 사태는) 아는 사람들은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라며 "사태가 악화되자 홍보를 포함한 관계자들이 자진 사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mkyo@newspim.com 2024-07-2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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