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 운용병, 낚시배·레저 보트로 오인 추적 안해
감시장비 고장으로 녹화가 안 된 경우도 발생
전문가 "軍, 전반적 해상 감시체계 손 봐야"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지난해 6월 동해안 삼척항에 북한 주민들이 목선을 타고 들어온 일로 군이 뭇매를 맞은 지 1년 만에 또 다시 군이 '허술한 경계'로 비판을 받고 있다. 충남 태안 지역에서 중국인들이 소형 보트를 타고 밀입국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태안 해양경찰과 합동참모본부 등 관계당국에 따르면 4월 21일, 5월 23일, 그리고 6월 4일 등 최근 세 차례 중국인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밀입국한 사건이 있었다.
조사 결과 대공용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관계당국이 이들 사건 모두 주민의 신고를 통해 최초로 인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경계대비태세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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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태안 모터보트 밀항사건 용의자가 모자를 눌러쓰고 조사를 위해 태안해경서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태안해양경찰서] 2020.05.27 |
합참이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감시 장비 고장, 현장 근무자의 미흡한 대응, 그리고 변화된 밀입국 양상에 대한 대응 매뉴얼 부재 등 군 경계 작전에 총체적인 문제점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4월 21일의 경우 해안 열상감시장비(TOD)의 고장으로 밀입국 당시 녹화가 아예 안 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합참 관계자는 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촬영된 영상을 녹화 기기로 보내는 데 필요한 젠더(연결선)가 불량이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다만 인위적은 고장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이날 사건의 경우 사건 발생으로부터 한 달 이상이 지나 복합감시카메라 저장기간이 만료, 추가 조사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5월 23일의 경우에는 TOD를 비롯해 레이더, 해안 복합감시카메라 등 감시장비에 녹화는 됐지만 현장 근무자(운용병)가 이를 낚시용 선박이나 레저용 보트로 생각하고 추적하지 않아 최종적으로 경계에 실패하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합참에 따르면, 보트는 레이더에 6회, 해안 복합감시카메라에 4회, TOD에 3회 등 모두 13차례나 포착됐다. 그런데도 운용병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고 생각하고 넘겨 중국인들이 태안에 '무사히' 다다르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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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해변에서 버려진 보트를 태안해양경찰서 관계자들이 조사하고 있다. [사진=태안해양경찰서] 2020.06.05 |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최근 밀입국 방법이 기존과 달라졌다. 기존에는 대형 선박에서 작은 선박으로 옮겨 타거나 연안에 접근했을 때 선박에서 뛰어내리는 방식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중국 현지에서 소형 보트로 야간에 출발 후 최단거리로 항해, 낮 시간에 도착하는 것으로 변화했다.
군 당국은 이러한 변화 양상에 따른 경계 작전 매뉴얼을 사전에 미처 마련하지 못해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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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 근흥면 마도 방파제 인근에서 발견된 고무보트 [사진=태안해양경찰서] 2020.06.04 |
◆ 전문가 "軍, 전반적 해상 감시체계 손 봐야"
이에 대해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우리 군이 너무 북방한계선(NLL) 쪽에만 작전계획을 집중적으로 세운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물론 북한이 가장 큰 적이기 때문에 북쪽을 신경써야 하지만, 그 외의 지역에서 오는 위협에 대한 감시체계가 너무 취약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이어 "우리 해안에 있는 해상감시체계를 전반적으로 체계적으로 손 볼 필요가 있다"며 "물론 병력과 감시 장비가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경계를 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군에서 군 기강을 바로 잡아서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게 해 주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군은 전체적인 책임을 인정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경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군은 이번 사안에 대해서 매우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제반 경계 감시 및 추가조치 관련 대응책을 마련해서 더욱 면밀히 경계작전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