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차, 신저가 대비 각각 30%·67% 수익
이달 외국인 '순매수' 전환...개인 차익실현 매도세
"외인 매도 정점 지났으나, 달러약세·신흥국 회복 필요"
[서울=뉴스핌] 장봄이 기자=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하면서 '동학개미'(개인 투자자)가 승기를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인한 급락장에서 지난 3개월 동안 17조원을 사들이며 지수 버팀목 역할을 했던 개인들은 최근 코스피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높은 수익을 얻고 있다. 저가매수 판단이 옳았다는 평가다.
특히 동학개미 군단이 대거 매수한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우량주는 저점 대비 20~60% 이상 급등 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유입에 따른 것으로, 이러한 상승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지 이목이 쏠린다.
3월 급락장에서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 및 금액 [자료=한국거래소] |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2일부터 6월 3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17조93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20조2699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내놓은 물량을 대부분 개인들이 소화한 셈이다.
2월 말 대구에서 첫 확진자인 31번 환자가 나온 이후 감염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자 3월 증시는 급락했다. 연중 최저점은 1457.64p(3월 19일)였다. 하지만 개인 순매수 금액은 급락장이 펼쳐진 3월에 가장 많았다. 한 달 간 11조1869억원을 사들였다. 반면 외국인은 12조5550억원을 팔았다. 개인 투자자는 급락장에서도 역대급 매수세를 보이며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급락장에서 개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3월에만 4조9587억원을 순매수했다. 그 다음 현대차 7813억원, 삼성전자우 7308억원 순으로 샀다. 삼성전자의 매수 금액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다만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최근 증시 회복세에도 상승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대형주를 대거 매입한 개인들은 속이 타는 상황이었는데, 이달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사들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9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우도 각각 5일, 4일 연속 상승세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00원(0.18%) 오른 5만4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는 6% 급등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다시 5만원대 중반을 회복하면서 급락장에 매수한 개인들은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리게 됐다.
특히 삼성전자를 올해 최저점인 4만2500원(3월23일)에 매수하고, 이날 팔았다면 수익률은 30%에 달한다. 개인들은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난달 말부터 지속적으로 삼성전자를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을 본격화하고 있다.
[자료=네이버증권] 2020.06.04 bom224@newspim.com |
현대차의 상승폭은 더 크다. 현대차의 이날 종가는 10만8500원이다. 전날 5.85% 급등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연중 최저가인 6만5000원(3월 20일)에 샀다면 이날까지 수익률은 66.9%에 달한다. 개인 순매수 금액이 가장 많았던 날의 종가 8만7200원과 비교해도 24% 수익을 냈다.
관심은 외국인의 순매수가 이어질 지에 쏠린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시총 상위 종목들은 이달 들어 외국인 매수에 힘입으며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만 보면 외국인은 3159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이 2조1084억원을 팔았다. 또 기관은 1조7926억원을 사들이며 개인 매물을 받고 있다. 급락장 상황과 반대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의 복귀가 추세적으로 예상되지만 속도는 더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정점(Climax)은 지났지만 이전 궤도로 회복은 더디다"면서 "지난달 중순 이후로는 일별 순매수 기록이 많아지면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직 국내 코스피 시장에 대한 확신은 부족하지만 경계 심리가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중 갈등이나 미국 내 시위가 진정된다면 경기 모멘텀이 강한 국내로 외국인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또한 신흥국 시장 회복을 강조했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유입을 위해서는 달러 약세와 주당순이익(EPS) 반등, 신흥국 확진자 수 감소 등이 요구된다"면서 "신흥국 주요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패시브 자금이 유입되면 신흥국 투자자금 부진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bom22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