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외감법인 2만5874개사 재무제표 분석
매출액증가율 마이너스 전환...좀비기업 증가
[서울=뉴스핌] 문형민 기자 = 지난해 국내 기업의 성장성·수익성·안정성이 모두 전년에 비해 악화했다. 매출액은 증가에서 감소로 돌아섰고, 영업이익률은 하락했다.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상승하고, 영업활동 현금유입이 감소해 현금흐름도 나빠졌다.
한국은행은 외부감사대상법인(상장·등록기업 포함) 2만5874개의 재무제표를 조사한 결과, 매출액증가율은 직전년 4.2%에서 지난해 -1.0%로 하락했다고 3일 밝혔다. 매출액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성장성이 꺽였다는 의미다.
[자료=한국은행] 2020.06.03 hyung13@newspim.com |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도 직전년 6.9%에서 지난해 4.7%로,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같은 기간 6.4%에서 4.0%로 각각 하락했다. 안정성 지표인 부채비율과 차입금의도 또한 각각 93.1%에서 95.4%로, 26.0%에서 27.7%로 상승했다.
현금흐름을 보여주는 현금흐름보상비율이 54.4%에서 50.5%로 하락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 감소 등이 원인이다. 현금흐름보상비율은은 영업활동 현금흐름과 이자비용을 더한 값을 단기차입금과 이자비용을 더한 값으로 나눈 후 100을 곱해 산출한다. 전체적인 순현금흐름은 직전년 순유출에서 지난해 3억원 순유입으로 바뀌었다. 이는 투자활동현금흐름이 -84에서 -69로 줄었기 때문이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4.5%에서 -2.3%로 떨어졌다. 자동차 조선업은 상승했으나 석유정제·코크스, 화학물질·제품 등이 하락 전환했다. 비제조업의 매출액증가율 역시 3.8%에서 0.8%로 낮아졌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이 4.3%에서 -1.5%로, 중소기업이 3.9%에서 1.5%로 모두 매출액증가율이 하락했다.
총자산증가율은 3.7%에서 5.0%로 상승했다. 지난해부터 운용리스를 자산·부채로 인식하는 리스회계기준이 바뀐 게 일부 영향을 줬다는 한은의 분석이다. 건설업, 운수창고업, 도소매업 등에서 리스회계기준 변경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수익성 지표도 나빠졌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제조업이 8.3%에서 4.6%로, 비제조업이 5.1%에서 4.8%로 각각 하락했다. 하락세는 대기업(7.2%→4.6%)이 중소기업(5.6%→5.2%) 보다 더 컸다.
한은 관계자는 "매출액영업이익률 하락은 매출원가 및 판매관리비 비중이 상승했기 때문"이라며 "법인세차감전순이익률도 영업이익률이 저하되고 영업외손실 비중이 확대돼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매출액이 줄어든 상황에서 급여 등 고정비용이 일정수준 유지되니 수익성이 악화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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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나눈 비율인 이자보상비율은 593.3%에서 360.9%로 하락했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이 낮아지고, 금융비용부담률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자보상비율을 구간별로 보면 100% 미만 기업이 31.3%에서 34.1%로 높아졌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이른바 '좀비 기업'이 많아진 것. 반면 500% 이상 기업은 40.2%에서 36.9%로 떨어졌다.
안정성 지표인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도 비제조업, 대기업을 중심으로 높아졌다. 부채비율 100% 미만 기업은 26.5%에서 27.9%로, 100~200% 미만 기업은 18.6%에서 18.9%로 각각 높아졌다. 반면 200% 이상 및 500% 이상 기업수 비중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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