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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박스권' 형성..."급매물 반복, 더 오르긴 어려워"

기사입력 : 2020년05월20일 13:42

최종수정 : 2020년05월21일 09:58

일부 급매물 거래되면 다시 매도호가 올라
전문가들 "높은 값엔 매수세 안 붙지만 급급매물도 없어"

[서울=뉴스핌] 김지유 기자 = "지난달 말에 이어 이번달 초에도 2~3건 정도 급매물들이 거래되면서 일시적으로 매도호가가 뛰었다. 지금은 거래가 가능한 급매물이 많지 않다. 하지만 시장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급하게 거래에 나서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급하지 않다면 매수자금을 마련한 뒤 더 기다려봐도 될 것 같다." (잠실동 A공인중개사)

시세가 2억~3억원 하락하던 강남 재건축 단지가 다시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최근 일부 급매물이 거래되면서 집주인들이 다시 매도호가를 올렸다. 강화된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사실상 내년 시행으로 넘어가면서 세 부담이 커 낮은 값에 나왔던 급매물들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

전문가들은 일정 수준으로 가격 하향선과 상향선이 정해졌다고 분석한다. 최고 실거래가 이상으로 값이 오르거나 기존 급매물보다 값이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현상은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잠실주공5단지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세가 최대 3억원 이상 내렸던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다시 이전 수준으로 반등한 뒤 값이 내렸다가 오르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12·16 대책에서 시가 15억원 이상 주택을 살 때 대출이 전면 금지되자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재건축 아파트값은 직격탄을 맞았다. 대출이 막히면서 일부 현금부자들만 거래가 가능해진 데다 오는 7월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자수요가 급감한 영향이다.

실제 올해 초 대출이 막힌 직후 매수 문의가 끊기고 매도호가가 최대 3억 이상 내린 급매물들이 속출했다. 하지만 지난 2월 급매물들의 거래가 시작되면서 집주인들이 다시 매도호가를 기존 수준으로 올렸다. 이후 거래가 잠잠해지면 다시 2억원 정도 내린 급매물이 나오고 일부가 거래되면 값이 오르는 현상을 반복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49㎡는 현재 대부분 20억원 안팎으로 매도호가를 형성 중이다. 일부 극소수의 매물들은 21억원을 넘는 값에 나오기도 했다.

지난 3월 말에도 20억~21억원에 매도호가가 형성됐던 이 단지 같은 면적은 지난달 대부분 19억 중·후반대로 값이 내렸다. 그러다가 지난달 말과 이번달 초 일부 급매물이 거래되면서 지금은 다시 평균 20억원으로 올라섰다. 올해 초 최저 20억원 밑까지 시세가 내렸던 전용 82㎡는 현재 21억 중·후반대~23억원에 매물이 분포해 있다.

강남구 은마아파트도 시세가 등락을 계속하고 있다. 이 단지 전용 76.59㎡는 지난 3월 말 시세가 19억원대에 집중됐다. 지금은 대부분 18억 중·후반대~19억원대에 매도호가가 형성됐다. 일부 비인기층인 저층은 18억 초반대에 거래가 가능하지만 매물은 극소수다. 앞서 20억원 밑으로 시세가 내렸던 전용 84.43㎡는 현재 대부분 20억 중반대에 매물이 나와 있다.

현장 공인중개사들은 지금 시장 분위기를 단언하기가 어렵다고 조심스러워 한다. 특히 코로나19 확산과 대외적인 경제침체 우려 등 불확실성이 크다. 종부세가 강화되면 강남 재건축 시장이 또 한 번 출렁일 가능성도 남아 있다. 종부세는 6월 1일 기준으로 적용돼 올해는 사실상 강화된 법 적용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는 종부세법 개정안 통과가 유력해 내년에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잠실동 A공인중개사는 "지난달 말과 이번달 초 일부 급매물들이 거래되면서 집주인들이 다시 매도호가를 올렸고 종부세 강화가 사실상 연기된다고 하자 매물을 거둬들인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시장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급하지 않다면 매수자금을 충분하게 마련한 뒤 더 기다려봐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잠실동 B공인중개사도 "급매물이 극소수라도 거래되면 나머지 집주인들이 매도호가를 올리는데 최근 이 현상이 반복되는 분위기"라며 "언젠가는 재건축이 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장기적인 투자를 하거나 자금 여력이 되는 실수요자라면 추천할 만하다"고 전했다.

대치동 C공인중개사도 "최근 급매물이 나오니까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이곳에서 실거주하면서 아이를 교육하려는 문의가 늘었다"며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쉽게 조언하기가 어렵지만 수요가 끊기지는 않아 더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지금과 같이 가격이 일정 수준에서 값이 오르내릴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 최고 실거래가 수준으로 시세가 뛰면 매수를 하지 않아 더 값이 오르긴 어려운 분위기다. 반면 일정 수준보다 더 내린 급매물도 나오기 어렵다는 인식이 크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강남 재건축 단지들에 대한 수요가 줄었지만 끊이지는 않아 일정 수준에서 가격 저지선이 만들어졌고, 이보다 더 싼 값에 매물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인식돼 급매물들이 거래되고 있다"며 "다음 달 종부세 법정 기한이 새로 시작되면 매물이 줄 수 있지만 크게 오른 값에는 매수세가 붙기 어려워 전반적으로 지금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kimji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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