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21일 긴급사태 해제 검토…전향적 한일협력까진 시간 걸릴듯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한국과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도 '신속통로'(입국 절차 간소화)를 개설하며 필수인력 이동을 확대한 가운데, 일본도 조만간 입국 제한을 완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외교 전문가들은 일본이 입국 문턱을 낮추더라도 당장 한국과 전향적인 방역협력에 돌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동북아 협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39개 지역의 긴급사태 해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5.15 goldendog@newspim.com |
◆ 일본도 꼭 필요한 외국인 입국 허용한다는 입장
18일 일본 언론 보도, 외교 소식통 등을 종합하면 필수인력의 상호 입국 제한을 완화한 한중은 일본에도 비슷한 요청을 했으나 일본은 자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는 것이 먼저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일본 정부는 한국, 중국, 미국,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2주간 체류한 외국인의 입국을 원칙적으로 막고 있다.
올 3월부터 시작한 외국인 입국제한 조치는 당초 지난달 말까지였으나, 1번 연장돼 이달 31일까지다. 다만 일본은 관광객 등 일반인의 입국 허용은 나중에 하더라도 핵심 인재, 사업상 필요한 인물, 전문가 등을 먼저 받겠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지난 17일 27명을 기록하며 2개월여 만에 30명 미만이 되는 등 안정세에 접어들자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정부가 한국 등에 대해 업상 방문자나 연구자 등의 입국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4일 39개현에 대한 긴급사태를 해제했으며 도쿄도 등 나머지 8개 지역의 긴급사태도 오는 21일 검토할 예정이다. 긴급사태가 모두 해제되면 입국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한층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입국자의 2주간 대기 및 격리 규제도 재검토될 경우 한국 인력의 일본 방문이 본격 재개될 수 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일본이 코로나19 대처를 양호하게 잘했다고만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유럽이나 미국처럼 폭발적으로 확산되진 않았다"며 "현 상황이 지속되면 조만간 긴급사태를 모두 해제하거나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이 우리와 지난해부터 강제징용 노동자 등 역사 문제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수출규제 등 다방면에서 갈등을 겪어온 만큼 전향적인 코로나19 협력을 시작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종문 한신대 교수는 "일본이 공식적인 이유로 언급하진 않았으나 역사문제, 무역·안보 문제에서 한일이 엇박자를 냈기에 협력 모멘텀은 별로 없었다고 볼 수 있다"며 "특히 올림픽 개최가 예정됐던 아베 정권은 코로나19를 독자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앞으로도 당분간 한중과 유화적으로 협력하는 정책을 취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황금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4월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가 코로나19 여파로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4.29 mironj19@newspim.com |
◆ "방역협력은 자존심 문제와 별개"
우수근 산동대 객좌교수는 "일본 정부는 한중과의 코로나19 협력에 아직까진 적극적으로 나설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며 "최근 미중 갈등이 커진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중국 혹은 중국과 협력 기조를 강화하는 한국보다는 미국에 더욱 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더라도 코로나19는 주변국 어느 곳이라도 완전히 종식되지 않으면 전파될 수 있는 지구적 과제인 만큼 역내 방역협력에 소홀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보건·의료 문제는 역사적·정치적 감정과 별개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조진구 교수는 "최근 한일 협력이 원활히 되지 않은 데는 자존심 문제가 결부된 측면이 있다"며 "방역은 한 나라만 해결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닌 만큼 재일동포들을 돕는 문제를 포함해 가능한 분야에서 해나가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하종문 교수는 "현재로선 우리가 코로나19 방역을 잘하고 있으니 일본을 돕겠다는 식의 접근은 오히려 반발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며 "'남모를 선행'을 하는 느낌으로 상대국이 필요한 부분, 서로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부터 시작해 협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최근 연일 코로나19 방역에서 세계적인 모범을 보이겠다고 강조하고 있는 중국은 오는 21일과 22일 각각 열리는 최대 정치행사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도 한중일을 넘어 전 세계와의 방역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전망이다.
우수근 교수는 "자국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해 위신을 구긴 중국은 내부적으로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정권 기반을 돈독히 하기 위해서라도 '국제협력에 성심성의껏 임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며 "중국 입장에서 환경·의료·위생 분야 발전은 외국과의 협력이 절실하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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