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시안 반도체 공장 방문…"시간이 없다. 선제적 대비해야"
4개월 만의 글로벌 현장경영…회사측 "미·중 갈등 국면과는 무관"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국 반도체 공장을 찾았다. 4개월 만의 해외 현장경영이다. 시안 2기 낸드플래시 공장 건설 현황 점검과 더불어 코로나19 사태, 미·중 갈등 속에서 글로벌 반도체 사업 전략을 구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 글로벌 현장경영을 재개했다. 삼성 측은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향 및 대책을 논의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고 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 "시간이 없다. 때 놓치면 안 돼"…시안 2공장 증설 점검
이 부회장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글로벌 현장경영 행보에 나선 중국 시안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기지가 있는 곳이다.
시안 반도체 공장은 낸드플래시를 주력 생산 중으로 2014년 준공됐다. 이후 삼성전자는 70억 달러 규모의 시안 2기 라인 구축을 추진, 2018년 착공해 지난 3월 본격 양산에 들어갔다. 현재는 2차로 8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해 2기 라인을 증설 중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에도 중국 시안을 방문해 설 명절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중국을 방문한 글로벌 기업인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국 공장 증설 지연 우려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의 이번 시안 방문은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총수의 진두지휘 아래 기존 계획대로 반도체 투자 진행에 차질이 없을 것임을 확인해준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중국 시안 2공장 양산은 기존 계획에 맞춰 램프업(생산 증대) 할 것"이라며 "수요 전망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삼성은 지난달 중국 시안 2기 라인 증설에 필요한 기술진 200여 명을 전세기로 중국에 파견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코로나 위기에 미·중 갈등까지…고민 깊어지는 삼성
최근 삼성을 둘러싼 국내외 경제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여파에 실적 둔화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미국이 화웨이 제재를 보다 강화하면서 미·중 간 무역분쟁 우려가 부각되고 있어서다.
'반도체 자급'을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대만 TSMC가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한 것 역시 삼성으로선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 기업의 기술을 사용한 제3국 기업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팔지 못하도록 했다. 2019년 제재 당시 '미국에 생산라인을 갖고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이었던 것을 '미국의 장비,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해외 반도체 기업'으로 그 대상을 더 넓힌 셈이다. 화웨이는 세계 통신장비 1위·휴대폰 2위 업체로, 미국의 제재로 인해 삼성으로선 글로벌 주요 고객사와의 거래가 끊길 수 있다.
대만의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게 되면 삼성전자로서는 인텔, 퀄컴 등 미국의 핵심 고객사로부터의 수요가 감소할 수 있어 이 또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4개월 만에 중국 사업장을 찾으면서 업계의 이목을 쏠린다. 중국 내 반도체 상황을 직접 점검한만큼 어떤 전략을 구상했을지 관심을 높이고 있는 것. 이 부회장의 이번 중국 방문이 "미·중 간 갈등과는 무관하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나, 파장에 대한 경영구상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삼성의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증설 가능성도 높게 점치고 있다. 삼성은 현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인데 세계에서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서라도 증설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TSMC 발표 이후 미국 팹리스 고객사와의 관계 강화를 위해 증설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