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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락, 걸프국 달러 페그제 위협…이번엔 다를까

기사입력 : 2020년05월16일 04:57

최종수정 : 2020년05월16일 04:57

석유 판매액 줄며 재정 악화
"오만, 페그제 안정성 시험"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미국산 유가가 마이너스(-) 영역으로 하락하는 등 유가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중동 걸프 국가들의 달러 페그제가 위협받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가 급락이 걸프협력회의(GCC)에 속한 바레인과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의 달러 페그제를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국가는 1970년대부터 자국 통화를 미 달러화에 고정시키는 페그제를 운영해왔다.
헤지펀드들은 GCC가 페그제를 폐기할 가능성에 베팅해왔지만, 이들 국가가 페그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대규모 달러 보유액을 유지하면서 이들의 베팅은 매번 실패했다.

그러나 지난달 마이너스 유가 시대가 열린 후 '이번엔 다르다'는 진단들이 이어지고 있다.

두바이 소재 MUFG 뱅크의 에산 코만 중동 및 북아프리카 책임 연구원은 FT에 "가파른 유가 하락은 GCC 지역의 환율 페그제의 지속성을 둘러싼 우려를 재점화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페그제 폐기가 전 세계 금융시장에 커다란 불확실성을 초래할 것을 우려한다.

골드만삭스의 신흥국 글로벌 외환·채권·신흥시장 공동 책임자인 카막시야 트리베디는 이미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속에서 어지러운 세계 자본시장에 매우 반갑지 않은 한 겹의 불확실성을 더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샤이바 유전에 위치한 아람코의 석유탱크 [사진=로이터 뉴스핌]

이들 국가가 페그제를 폐기할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실질 소득의 감소와 저축액 가치 감소, 자본 유출 등의 위험이 생긴다.

전문가들은 아직 페그제 폐기 위험이 크지 않지만 오만의 페그제의 안정성을 시험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오만 리알 가치는 선물환시장에서 투자자들이 향후 12개월간 5%의 절하를 가격에 반영하며 달러화 대비 사상 최저치로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사우디 리얄도 같은 기간 0.4% 절하될 것으로 본다.

투자은행 르네상스 캐피털의 찰스 로버트슨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걸프 6개국 통화가 10~20%가량 고평가됐다고 본다.

코로나바이러스 위기와 석유 전쟁 속에서 1월 이후 유가는 큰 폭의 하락을 경험했다. 오만은 특히 큰 압박을 받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부정적'(negative) 등급 전망을 제시했다. S&P는 오만이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달러 페그제에 대한 신뢰가 약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른 신평사 무디스는 사우디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으로 내리고 2015~2016년 유가 쇼크 이후 정부의 재정 상태가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의 외환보유액은 3월 4790억 달러로 240억 달러 급감했다.

걸프 국가들의 달러 페그제 폐기 가능성이 자산 가격에 덜 반영됐다고 본 피터 키슬러 노던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달 초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원유 판매액 감소로 걸프국의 차입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키슬러 매니저는 "이들 국가가 적자를 메우기 위한 자본 조달을 할 수 있거나 자본 조달을 위해 화폐를 찍어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페그제가 압박을 받는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가 균형 재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로 올라야 하며 바레인의 경우 배럴당 90달러 이상의 유가가 필요하다. 현재 유가가 배럴당 30달러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이들 국가의 재정 적자는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빌랄 칸 중동·북아프리카·파키스탄 연구원은 이에 따라 GCC 국가들의 국내외 차입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재정이 고갈된 사우디는 긴축 재정 조처를 하고 있다.

오만의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달 오만이 페그제를 강력히 지지하며 이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있다고 밝혔으며 사우디 중앙은행 총재 역시 페그제 유지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mj7228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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