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기업에 사재출연, 고용유지 등 요구할 것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정부가 항공·해운업을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우선 지원대상으로 선정한 것은 의결권 행사를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영진을 압박해 사재출연 등 구조조정 과정을 더욱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13일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을만한 기업들로 기안기금 지원 대상을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항공·해운사들에 낮은 금리 자금을 지원해 구조조정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오너가를 압박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 등 기간산업이 타격을 입었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2020.03.02 mironj19@newspim.com |
전일(12일) 금융위원회는 기안기금 설치를 위한 '산업은행법 시행령' 개정안 통과를 발표하면서, 기간산업 업종으로 항공·해운을 열거했다. 기존 7개 업종(항공·해운·기계·자동차·조선·전력·통신)을 2개로 줄인 것이다. 다른 업종은 금융위와 기재부가 협의해 지정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금융위는 의결권 행사에 대한 예외적인 상황으로 ▲주식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사항 결의 ▲기업이 구조조정 절차를 신청한 경우를 언급했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의결권 행사를 통해 대주주 사재출연, 증자 등 노력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겠다는 메시지로 이해했다"며 "자체적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 기업들은 기안기금을 신청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한 증권사 연구원도 정부가 의결권을 행사하기 쉬운 기업으로 지원 대상을 크게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르면 이달 말까지 지원대상을 선정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기업은 뻔하다"며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HMM(구 현대상선) 등 주요 기업들은 모두 산업은행과 함께 구조조정을 진행하거나 논의 중인데, 이들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의결권 행사가 고용유지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위는 기안기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고용을 90% 이상 유지해야 한다고 밝혀 왔다.
경영권 행사 논란은 기안기금 설치 초반부터 지속돼 왔다. 기안기금 지원금액의 15~20%를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전환우선주 등으로 전환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서한문을 통해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원칙이다. 기업의 보통주를 일부 취득하게 되더라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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