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 재고 국내 판매 조치에 반색
가격 경쟁력 확보·판매처 지정 등 과제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정부가 재고 면세품의 내국인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함에 따라 면세업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대기업 면세점의 경우 1조가량 쌓여 있던 재고를 20% 이상 소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면세품의 가격 경쟁력 확보 및 판매처 지정이다. 국내 판매 면세품에 관세·부가가치세가 적용될 경우 어디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을지 셈법이 복잡하다. 아울렛과 백화점 등 판매처와 의견을 조율하는 데도 1~2개월이 소요될 예정이다.
◆'보릿고개' 면세업계, 관세청 조치에 "한숨 돌렸다"
관세청은 29일 재고 면세품을 수입 통관 이후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면세품이 일반 유통 경로를 통해 판매되는 국내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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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 면세사업자의 재고자산 추이. 2020.04.20 hrgu90@newspim.com |
정부의 이번 조치는 국내 면세 사업자들의 규제 완화 요청이 반영된 것이다.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신세계디에프 등 국내 대기업 면세점들은 한국면세점협회와 함께 지난 7일 관세청에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면세품 재고 내국인 판매 허용을 요청했다.
20여일이 지난 시점에서 정부는 면세사업자들의 요청에 화답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 입출국 여행객이 전년 동월 대비 93% 추락하면서 면세업계가 경영난에 처한 것을 인정했다. 면세점의 경우 백화점과 달리 물건을 직접 구입해 판매하므로 이용객이 감소하면 고스란히 재고가 쌓인다.
면세점들은 정부의 한시적 허용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번 조치로 면세점들은 과다 보유하고 있는 악성재고(약 3년이 경과된 재고)의 약 20%를 소진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약 16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영업 상황이 매우 악화된 차에 정부의 이번 조치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공항 임대료 문제도 업계의 얘기를 청취해 한 발 뒤로 물러선 결정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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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23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달 말 영업을 종료하는 SM면세점 서울점 내부가 한산하다. 2020.04.23 mironj19@newspim.com |
◆실제 판매는 6월 예상..."백화점·아울렛 등 판매처 모색 중"
정부가 한시적 재고 판매를 허용했지만 세부 기준을 정하는 데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몇 개월 이상의 제품을 재고로 볼 것인가와 관련해 정부는 '6개월이 지난 제품'이라는 기준을 정했다.
문제는 가격과 판매처다. 이번 조치로 소비자가 완전한 면세 가격에 재고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식 수입통관 절차를 거쳐 유통된 제품이므로 관세 및 부가가치세 면세 혜택은 적용되지 않을 예정이다.
제품의 가격은 재고 보유 기간에 비례해 책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가격을 책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관세청은 재고 보유 기간에 대한 감가상각률과 관련해 별도의 기준이 없다는 입장이다.
어디서 판매를 할지도 문제다. 면세점과 달리 업체가 직접 입점해 물건을 판매하는 백화점의 경우 재고 면세품 판매를 환영하지 않는 입장이다. 명품 브랜드가 중복되는 탓이다. 그렇다면 이월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아울렛에서의 판매가 유력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허용이 떨어지기 전부터 백화점과 아울렛 등 어디서 면세품을 팔지를 검토해왔다"며 "브랜드가 겹치지 않는 점포에서 판매처에 의견을 묻고 조율해야 하는데 백화점은 상대적으로 판매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같은 명품 브랜드도 중간 벤더(공급사) 사업자가 다 다르기 때문에 판매 제품에 대한 각 벤더와의 조율이 필수적이다"라며 "실제 판매까지는 1~2개월이 더 소요되므로 재고 소진 효과는 6월 이후에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rgu9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