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28일 어린이집 페이백 부실 조사 사례 발표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1. 어린이집 보육 교사 A씨는 어렵게 용기를 내서 지방자치단체에 부당한 '페이백' 신고를 했지만 오히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어린이집 원장이 "임금을 모두 지급했다"고 답변하자 지자체에서 조사를 종료한 것이다. 지자체 담당 공무원은 A씨에게도 "그런 일이 없다고 한다"고 통보했다. 더구나 모든 조사 과정은 단 한 차례의 현장 조사도 없이 전화상으로만 이뤄졌다. 이후 원장은 A씨를 신고자로 지목하고 괴롭히기 시작했다.
#2. 또 다른 어린이집 보육 교사 B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B씨 역시 고용노동부에 페이백을 신고했는데, 담당 공무원은 어린이집 원장에게 구두로 시정을 권고하고 조사를 끝내 버렸다. 원장은 신고자를 색출하려 했고, 상황을 견디다 못한 B씨는 자신이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후 원장은 "너를 고소하겠다"거나 "폐원되면 네 책임"이라며 협박을 했다. 심지어 나머지 보육 교사들에겐 자발적인 페이백이었다는 취지로 진술을 강요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서 '어린이집 페이백 부실 조사 사례 발표 및 국민권익위 집단신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2020.04.28 kmkim@newspim.com |
어린이집 원장이 보육 교사에게 지급한 월급을 돌려 받는 이른바 '페이백'이 횡행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페이백 근절을 위해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전시행정에 그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가 지난 16일부터 27일까지 유선과 인터넷을 통해 관계 행정 기관 어린이집 페이백 부실조사 사례를 접수한 결과 총 70여건이 신고됐다.
유형별로는 피신고인에게 신고 사실을 통지하고 조사를 실시하지 않는 경우, 서류 확인 등 형식적인 조사 이후 조사를 종료하는 경우, 신고자 부당 응대 등 조사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 등이 있었다.
일부 어린이집 원장들이 교사들에게 페이백을 강요한다는 논란이 일자 보건복지부가 관련 법령에 따라 엄정 조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으나 시정은커녕 제대로 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민주노총은 ▲보건복지부 총괄 특별조사 진행 ▲사전 통지 없는 조사 ▲원장이 아닌 보육 교사 대상 조사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신고 취소를 강요하는 자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는 '공익신고자보호법'의 벌칙 내용 안내 ▲자발적인 페이백이었다는 진술이 나왔을 경우 진위 여부 철저한 확인 등을 요구했다.
함미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장은 "보건복지부에 페이백 실태조사 계획을 공유하며 제대로 된 지도점검 방안 강구를 요청한 게 벌써 한달 전"이라며 "보건복지부는 한 달 간 엄정 조치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며 몇몇 신고처를 안내한 것 외에 대체 한 일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는 신고된 일부 어린이집과 행정 지역에 대해서 끝까지 조사 과정과 결과를 확인하고 또 공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국민권익위원회에 페이백 부실조사 사례를 기반으로 한 70개의 어린이집을 신고하고 신고가 다수 접수된 9개 행정 지역 명단을 보건복지부에 별도로 제출, 페이백 시범전수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