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선물 거래 먹통 등 잇단 전산 오류
"거래량 급증에 따른 대응력 기대 이하" 지적
고객 증대 효과 제대로 누리지 못할 수 있어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여전하지만 '동학개미운동'은 현재진행형이다. 외국인 투매에도 우량주 중심의 과감한 투자로 1400선까지 밀려났던 코스피를 1900선까지 되돌리는 등 주식시장에서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발돋움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 '동학개미'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눈높이가 높아진 투자자들의 니즈(Needs)를 충족하기는 커녕 시장 신뢰를 무너뜨리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다시 안올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국제유가가 역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했던 지난 21일 새벽, 국내 1위 온라인 증권사 키움증권 홈트레이딩서비스(HTS)에서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거래 시스템이 마이너스 호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서 유가 해외선물옵션 상품인 '미니 크루드 오일 5월물' 거래가 강제로 멈춘 것이다.
약 30여분의 매매중단으로 일부 투자자들은 선물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액이 증거금을 초과하면서 강제청산이 진행됐다. 최근 국제유가 급등락으로 원유 상장지수증권(ETN) 등 관련 파생상품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발생했다는 점에서 시간이 갈수록 비판의 목소리도 더욱 커지는 중이다.
해당 사태는 키움증권 뿐 아니라 다른 증권사까지 확대되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키움증권 외에도 한국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에서도 마이너스 유가를 인식하지 못해 HTS에서 매도 주문이 안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지난 15일 "원유 선물이 마이너스 가격에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고 공지한 사실이 확인되며, 거래 시스템이 마이너스 유가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환을 수수방관했다는 책임론이 대두되는 양상이다.
거래 시스템 오류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몰리기 시작한 3월 이후 꾸준히 발생했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은 물론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SK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HTS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접속장애가 발생하거나 비대면 계좌개설이 지연되는 등 부침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 가장 불만이 큰 것은 역시 투자자들이다. 삼성전자와 같은 일반 종목 외에 상장지수펀드(ETF), 지수 인버스 등 다양한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도, 정작 증권사 시스템 오류 등으로 실시간 대응이 막히면 사실상 손을 쓸 방도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 전업 투자자는 "신규 고객 및 거래대금의 폭발적인 증가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바꿔 말하면 그동안 현상 유지에만 신경썼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어느 때보다 변동성이 극대화된 시점에 찰나의 오류가 투자자들의 이익과 손실을 가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3월 폭락장 속에서 매도 의견을 제시한 증권사 리포트가 손에 꼽을 만한 수준이라는 점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1월20일부터 4월20일까지 3달간 국내 증권사가 매도 의견을 낸 것을 단 3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기간 발간된 전체 리포트 6955건 가운데 0.04%에 그친 셈이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들의 매도 의견 비중은 2174건 가운데 399건으로 18.4%에 달했다.
증권사들은 앞서 코스피가 연일 급락하던 시기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이벤트를 감안하더라도 개별 이슈 또는 후행적 결과에 대한 분석에 치중하다 투자자들에게 적절한 인사이트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규모 급증으로 서버 증설 등 다양한 노력을 전개했으나, 투자자들이 원하는 수준까지 맞춰드리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다양한 투자 전략을 제시하고 국내외에서 보다 원활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서비스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