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좋은 편지 받았다" 트럼프 발표 하루 만에 정면 반박
트럼프의 1월 생일 축하 친서에 대한 北 답장 가능성도
양무진 "진실게임 헤프닝...트럼프, 가벼운 언행이 문제"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았다는 친서에 대해 북한 외무성이 공식적으로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부득불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진실공방으로 번질 태세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절제되지 않은 언행을 한 선례가 많은 만큼 북한의 주장이 사실일 수 있다는 쪽에 힘을 실었다. 특히 팽팽한 비핵화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거짓 주장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도 감안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코로나19(COVID-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 北, '좋은 편지 받았다' 트럼프 발표 하루 만에 반박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북한 지도자로부터 최근 좋은 편지를 받았다"며 "멋진 편지였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시점과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이라는 그의 발언에 김 위원장으로부터 얼마 전에 친서를 받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련의 주장은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서도 기정사실화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18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언급하며 '따뜻한 편지가 왔다'고 했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발표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편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미국 언론에 공개하기 전, 문 대통령에게 먼저 알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있은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19일 밤,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친서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뒤집었다.
대외보도실장은 담화에서 "미국 대통령이 지난 시기 오고간 친서들에 대해 회고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최근 우리 최고지도부는 미국 대통령에게 그 어떤 편지도 보낸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특히 "조미(북미) 수뇌들 사이의 관계는 결코 아무 때나 여담삼아 깨내는 이야기 거리가 아니며 더욱이 이기적인 목적에 이용되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트럼프 '좋은 편지', 1월 생일 축하 친서에 대한 北 답장 가능성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친서를 과장해 발표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두루뭉술한 화법을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최근이 아닌 과거에 오간 친서를 언급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올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가 공식 확인된 것은 두 번이다. 지난 1월 초 김 위원장의 생일(1월 8일)을 축하하는 친서와 지난 3월 말 코로나19 협력 의사를 담은 친서 등이다.
이 가운데 북한이 이번 담화에서 "최근 그 어떤 편지도 보낸적이 없다"고 밝힌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최근 친서'는 지난 1월께 북한으로 보낸 친서에 대한 답장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의 친서를 둘러싼 북미 간 진실게임은 헤프닝으로 끝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절제되지 않는 가벼운 언행이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북한이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이라는 실무수준에서 담화를 낸 것에 대해서는 "경고는 하되 진실게임이 더 이상 확산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수위조절의 모양새를 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