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사회 코로나19 발병률 3배, 사망률 6배나 높아
시민사회·의원들 "자료 공개" 압박에 보건당국 난처
[서울=뉴스핌] 김사헌 기자 =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난 미국 사회의 불편한 모습에 사회 전체가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그 동안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해 온 확진자 및 사망자 통계에 인종별 차이를 따로 발표하지 않았는데, 실은 백인보다 흑인 사망률이 무려 5~6배 높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어서다. 이를 공식 발표하라는 요구가 거세지자 당국도 사실을 인정하고 대응할 것을 약속했다.
지난 7일(미국 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팀(TF) 브리핑을 통해 처음 이러한 인종별 사망률 차이에 대해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흑인 사회에서 사망률이 다른 인종 사회보다 3배~4배 더 높게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되며, 좋지 않은 결과다. 앞으로 2~3일 내에 관련 통계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력을 다해 이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한 뒤 "끔찍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자리에서 앤소니 파우치 미국 국림알레르기및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해당 문제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인종별 다수 카운디의 코로나19 사망률 차이 [자료=존스홉킨스대, 아메리칸커뮤니티서벵., 워싱턴포스트에서 재인용] 2020.04.08 herra79@newspim.com |
이날 워싱터포스트(WP)는 이용 가능한 미국 전역의 초기 자료와 인구조사 통계에 대한 사후 분석 결과 흑인 비중이 다수인 카운티가 백인이 다수인 카운티보다 감염률은 3배, 사망률은 6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보도에 따르면, 그 동안 미국 내에서 코로나19 환자의 인종별 자료는 12개주 미만와 일부 카운티에서만 제한적으로 보고되었다. 존 벨 에드워드(민주당)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당뇨병, 심장병 그리고 폐질환 발병률이 높은 것은 잘 보고가 되어 있지만, 이러한 인종별 취약한 질환 발병률이 사망률과 연결되는 특징을 코로나19처럼 명백하게 보여준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이번 위기가 이러한 불균형이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환하게 비춰주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당장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합병증을 피할 수 있도록 가능한 최선의 치료를 받도록 노력하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뉴올리언스 로이터=뉴스핌] 김사헌 기자 = 2020년 4월7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세인트버나드애비뉴 거리에서 주민들이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2020.04.08. herra79@newspim.com |
앞서 제롬 애덤스 미국 보건총감(Surgeon General) 겸 공중보건서비스단장은 흑인 사회의 사망률이 높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가슴이 아프다"며, "나도 개인적으로 고혈압을 앓고 있고, 이 때문에 심장질환으로 집중치료실에 1주일 입원했던 경험이 있다. 또한 천식을 앓고 있고 당뇨병도 가지고 있어 미국의 가난한 흑인으로 성장한 유산을 대표한다"고 말했다.
WP는 앞서 지난 6일 미국 '법률상 인권을 위한 변호사위원회'와 수백명의 의사들이 민주당 의원들과 합세해 연방정부에 코로나19 검사, 환자 및 건강 결과 자료를 인종 및 민족별로 발표하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제까지 CDC는 연령과 성별 구분 수치만 발표해왔다.
이처럼 압력이 거세지자 CDC측은 대변인을 통해 다음 번 주간 질병률 및 치명률 보고서부터는 인종과 민족별 구분 자료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변인은 CDC에 전국 자료를 보고하는 미국 보건부는 표준 양식 내에 인종과 민족 등 다양한 인구통계학적 정보가 공란인 경우가 많고 이들 정보를 수집해 보고하는 데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버니 시의 디메트리우스 영 집행위원은 "역사적으로 백인이 감기에 걸리면 흑인은 페렴을 앓는다"고 말했다.
WP는 이처럼 미국 선출직 공무원들과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흑인 사회와 건강관리 시스템 사이의 차별과 불신을 수 세대에 걸쳐 지적해왔다면서, 또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보험에 들지 않고 건강관리 시설이 불충분한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가능성이 더 높으며 그 결과 천식,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 질환이 더 많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 일부 운동가들이 다수의 대중과 접촉해야 하는 저임금 근로 영역인 음식서비스, 대중교통, 건강관리 등의 직업을 가진 경우가 많아서 흑인들이 더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는 점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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