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조양호 회장 1주기...조원태 회장 등 그룹 임원 추모행사 예정
지난 1년간 한진그룹 격랑 속...조원태 회장 경영능력 증명 시점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오는 8일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한지 1년이 된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지난 1년 동안 한진그룹은 격랑에 휩쓸렸다. 그룹 경영권을 놓고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남매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대외적인 경영 환경도 녹록하지 않다. 코로나19라는 글로벌 대형 악재가 터지며 한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양호 회장의 뒤를 이은 조원태 회장의 경영능력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고 조양호 회장 [사진=한진그룹] 2019.11.21 tack@newspim.com |
◆ 45년 항공·운송 외길 인생...국가 위상 높인 기업인
7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 등 임원진은 오는 8일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소재 선영에서 조양호 회장 추모행사를 진행한다.
조 회장과 함께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참석할 예정인 가운데,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참석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1949년 인천에서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태어난 조양호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 입사 이후 주요 계열사 사장을 역임한 뒤 1992년 대한항공 사장에 올랐다. 2002년 부친인 조중훈 회장 별세 이후 2003년 한진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입사 후 45년간 정비, 자재, 기획, IT, 영업 등 항공 업무에 필요한 실무 분야들을 두루 거친 항공 전문가 중의 전문가다. 그의 리더십 아래 대한항공은 국내 1등을 넘어 손꼽히는 글로벌 항공사로 우뚝 섰다.
국제무대에서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Sky Team) 창설을 주도하고, '항공업계의 유엔'으로 불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
또 지난 2009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아 올림픽 유치와 성공개최에 큰 공을 세우는 등 스포츠 분야에서도 국위선양에 앞장선 기업인이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
◆ 경영권 분쟁·코로나19...내우외환에 빠진 한진그룹
지난해 4월 8일 숙환(폐질환)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조양호 회장은 가족 간 화합과 공동경영을 유훈으로 남겼다. 조양호 회장은 생전에 자신의 후계자를 명확히 지목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조양호 회장 타계 이후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을 잡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이를 둘러싼 파열음이 나기 시작했다. 결국 조현아 전 부사장이 올해 초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과 '3자연합'을 결성하고 조원태 회장에게 칼끝을 겨눴다.
지난 달 27일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하고, 한진칼 추천 이사들이 모두 이사회를 장악하며 남매전쟁은 우선 일단락됐다. 하지만 여전히 조현아 전 부사장이 속한 3자연합은 한진칼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며 훗날을 도모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의 대립도 한동안 평행선을 달릴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한진그룹을 둘러싼 외부 환경은 더욱 냉혹하다.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홍콩시위에 이어 올해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악재가 겹치며 대한항공이 휘청이고 있다. 전체 노선의 90% 이상을 감편·운휴함에 따라 임원들은 급여 일부를 내놓고, 직원들은 순환근무에 돌입할 예정이다.
조양호 회장은 외환위기와 9·11테러 등 최악의 난기류를 뚫고 대한항공을 지금의 반석 위에 올려놨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후계자인 조원태 회장 역시 자신의 경영능력을 증명해내야하는 무거운 과제를 받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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