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올해 소비증가율 8% 이상 기대
소비쿠폰, 중장기 대책 효과 발생 전 '과도기 효과' 기대
[서울=뉴스핌] 강소영 기자=중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 부양을 위해 발행하고 있는 소비쿠폰이 단기 소비 진작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재정 부담 가중, 부채 리스크 상승, 장기적인 소비 지속으로 연결할 수 없다는 비판 여론도 있지만 항저우 등 일부 지역에서는 소비쿠폰 발행 이후 소비총량이 단기간에 급등하고 있다.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은 항저우 정부가 발행한 2983만 위안의 소비쿠폰이 이 지역에서 4억5300만 위안의 오프라인 소비를 창출했다고 30일 보도했다. 쿠폰 사용금액의 15배에 이르는 소비가 이뤄진 것이어서 중국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항저우 정부가 지역 사회 주민에게 제공할 소비쿠폰 예산은 16억8000만 위안(약 2908억원)이다. 26일부터 발급이 시작돼 27일 오전 1차 배포를 통해 50만 개의 소비 쿠폰이 발급됐다. 소비쿠폰은 중국 온라인결제 시스템 알리페이(支付寶·즈푸바오)를 통해 이뤄진다. '항저우 소비쿠폰 행사'라는 페이지에 들어가면 5장의 소비권을 내려 받을수 있다. 항저우시가 발급한 소비쿠폰은 일종의 할인권이다. 지정 소비 장소에서 40위안을 소비하면 10위안을 할인해 주는 방식이다. 할인 쿠폰은 각종 식당, 주유소 등 대부분이 오프라인 상점과 치료를 목적으로 한 병원 진료에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27일 오후 할인쿠폰을 발급받은 항저우 주민 주(朱)씨는 곧바로 주유소로 향했는데, 현장에서 주유를 마친 대부분의 사람들이 즈푸바오를 통해 할인쿠폰을 사용했다고 중국 매체에 전했다.
마트와 편의점 등에서도 소비 증가가 뚜렷하게 감지됐다. 첸장완바오(錢江晚報)에 따르면, 항저우 롄화화상 슈퍼마켓에서 즈푸바오를 결제를 통한 거래액이 주말 이틀 동안 2000만 위안에 달했다. 항저우 시내 주요 편의점 하루 평균 매출도 소비쿠폰 발급 후 평균 20% 넘게 증가했다.
일부 상점은 정부가 발급하는 할인 소비쿠폰으로 중복 할인이 가능한 특가 상품을 출시해 매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중국 대형 마트 융후이차오스(永輝超市)는 주말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해 매출이 지난 주말보다 70%가 늘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매출이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소비쿠폰은 백화점 매출 확대도 자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 인타이백화점(銀泰百貨)의 항저우 지역 10개 지점의 3월 방문고객이 2월 대비 5배가 늘었다. 수산물 등 신선식품 전문 매장인 허마(盒馬) 항저우 14개 매장도 소비쿠폰 행사 참여 이후 매출이 급증했다. 소비쿠폰이 발급된 지 사흘 만인 29일 하루 매장 방문 고객 수가 전일 대비 50.5%가 늘었고, 매출도 47.3%가 증가했다. 월마트도 소비쿠폰 발급 첫 날 방문 고객수가 30% 늘었고 다른 유통 매장들도 고객수와 매출이 큰 폭으로 동반 상승했다.
항저우 정부가 발급한 소비 할인쿠폰이 소비자에게 발급된 시점은 27일 오전 8시부터다. 29일 오후 4시 기준 시민들이 발급받은 소비쿠폰 규모는 2983만 위안이었지만, 이 기간 항저우시에서 발생한 소비 규모는 4억5300만 위안에 달했다.
◆ 소비쿠폰, 중장기 대책 효과 발생 전 '과도기 효과' 기대
리쉰레이(李迅雷), 양창(楊暢) 중타이(中泰)증권 애널리스트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소비쿠폰 발급을 통한 소비창출 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분석했다. 소비쿠폰을 통해 창출되는 소비 총량이 쿠폰 발행 규모의 10~15배가 된다고 가정하면, 3600억 위안 규모의 소비쿠폰을 통해 3조6000억~5조4000억위안의 소비가 이뤄질 수 있다. 쿠폰 발행량이 2400억 위안에 그친다 해도 올해 중국 명목소비 증가율이 8% 보다 높게 나올 것으로 추산했다.
항저우시는 2009년 1월에도 금융위기로 침체된 경기 부양을 위해 두 차례에 걸쳐 10억5000만 위안 규모의 소비쿠폰을 발행했다.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당시 항저우시의 소비증가율은 전국 평균치를 하회할 정도로 하락했다. 그러나 소비쿠폰을 발행한 후 소비가 빠르게 증가했고, 2009년 12월에는 전국 평균치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리쉰레이 애널리스트는 2009년 당시 소비 쿠폰이 항저우 소비 총량 증가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인근 도시인 난징(南京)을 비교 도시로 설정했다. 항저우와 난징 모두 장삼각 지역에 위치했고, 두 도시의 소비 능력도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항저우와 난징의 명목 소비 증가율 추이를 비교해 보면 소비쿠폰의 경기 부양 효과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해 난징의 소비 증가율은 일년 내 내 낮은 수준에서 큰 폭의 등락을 거듭했다. 그러나 항저우의 경우 뚜렷한 반등선이 형성됐다. 연 초중반까지는 항저우의 소비 증가 규모가 난징을 밑돌았지만, 연말에 이르러 난징을 추월했다. 당시 항저우가 발행한 소비쿠폰 규모는 10억 위안, 2009년 연말 기준 이 지역 전년 동기 대비 소비 총액 증가량은 155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소비쿠폰으로 인해 15배의 소비액이 발생한 것이다.
궈타이쥔안(國泰君安)증권도 소비쿠폰 발행을 통한 경기 활성화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증권사는 소비쿠폰이 주로 경제가 심각한 충격에 빠졌을 때 제공되는데, 매번 상당한 소비 창출 효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소비쿠폰이 여러 가지 경제 부양 정책 가운데서도 비교적 빨리 우수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 현금과 현물 지급과 달리 소비자의 직접적인 소비를 유발하고 △ 저소득 가정의 경제 부담을 덜어주며 △ 효과 발생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중장기 경기 부양 정책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할 수 있고 △ 소비 증가를 통한 제조업 생산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