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귀국하고 제주도 여행 후 확진…손배소 검토중
강남구청장 "'코로나19' 선의의 피해자" 발언 논란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미국서 귀국한 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의심 증상이 있는데도 제주도 여행을 한 서울 강남구 거주 모녀를 두고 '선의의 피해자'라고 말한 강남구청장의 발언이 논란이다.
앞서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 모녀에 대한 추가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 구청장은 "유학생 딸이 지난해 9월 미국 보스턴 소재 대학교에 입학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당초 하와이 여행을 계획했으나, 코로나19로 항공편이 취소되자 20일 제주도 여행길에 오른 것"이라며 "당시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지정된 자가격리 대상자도 아니었고 출발 당일 저녁 아주 미약한 인후통 증상만 나타나 여행활동에 전혀 지장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23일 오전 숙소 옆 병원에 간 것은 딸 때문이 아니라 동행한 어머니가 전날 밤 위경련 증세가 있어 잠을 거의 못 자서 그런 것"이라며 "유학생 딸은 어머니를 따라가 전날부터 발생한 코막힘 증세를 치료했는데 평소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정순균 강남구청장 [사진=이동훈 기자] 2020.01.30 donglee@newspim.com |
논란이 된 건 취재진의 질의응답에 대한 정 구청장의 답변이었다. 그는 기자가 '제주도에서 업주들이 고소를 한다고 하는데 그 가족들의 입장이 파악이 됐느냐'고 묻자, "치료에 전념해야 할 모녀가 사실상 정신적 패닉 상태에 빠져있다"면서 "제주도의 고충이나 제주도민이 입은 피해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지만 이들도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모녀가 스스로 자가격리에 들어갔으면 바람직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나 협조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현재 비난과 제주도의 손배소 제기 등은 모녀가 겪은 상황이나 제주도에서의 상황에 대한 오해 등 이해 부족에 따른 것 아닌가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말해 논란이 커졌다.
이와 관련해 강남구청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공분한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시민들은 "기본 상식의 문제다", "여행 취소된 사람이 한두 명이냐", "선의의 피해자라면 대체 누가 가해자라는 것이냐", "전국민이 고통 속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데 이걸 말이라고 하느냐" 등의 댓글을 남겼다.
이들 모녀가 다녀간 제주도 표선 지역의 한 식당 운영자도 "어제 오늘 가게 운영이 허탕을 치고 있다"며 "살 떨리는 조바심을 안고 하루하루 힘들게 살고 있는데 직접 겪지 않았다면 가만히 계시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들을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이 28일 오후 2시 현재 13만 2976명이 찬성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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