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10년물 금리 급등, 사모대출·모기지 부실 우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이란 사태 장기화 속에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와 주요국 국채금리가 동시에 들썩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4억배럴 규모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내놓는 초강수를 뒀지만 시장에서는 공급망 차질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냉담한 평가가 지배적이다.

iM증권은 12일 보고서에서 "현지시간 11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약 5.6% 급등한 배럴당 88.11달러, 브렌트유는 92달러까지 올라섰다. 이란발 긴장이 해소되지 않는 한 유가가 추세적인 안정을 찾기 어렵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맥쿼리는 IEA가 제시한 비축유 방출 규모가 전 세계 하루 원유 생산량 기준 약 4일 치, 걸프 해역을 통과하는 원유 물동량 기준으로는 16일 치에 불과하다고 분석하며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면, 실제로도 그렇다"고 잘라 말했다.
유가 급등 못지않게 부담이 되는 부분은 국채금리의 가파른 상승이다. 11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227%로, 이란 사태 직전인 지난달 27일(3.937%) 대비 29bp 뛰었다. 같은 기간 영국 10년물 금리는 45bp나 급등하며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3월 금리인하 기대가 컸던 영란은행은 고유가 영향 탓에 완화 전환을 상당 기간 미룰 공산이 커졌다. 당분간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시장금리인 국채금리 상승이 실물·금융 부문에 남길 후유증이 더 큰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사모대출 부실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체투자 운용사 클리프워터의 주력 사모대출 펀드에는 전체 지분의 14%에 달하는 환매 요청이 몰렸고, JP모건체이스는 소프트웨어 업계 부실 우려를 반영해 관련 사모대출 펀드 담보자산 가치를 낮추기로 했다.
영국 모기지업체 MFS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모기지 시장 불안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국채금리 급등이 겹치면서 사모시장 내 유동성 위축과 레버리지 축소 압력은 한층 거세질 수밖에 없다.
한편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IT기업)들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 러시는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며 또 다른 유동성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다.
아마존은 이달 500억달러 규모의 사상 최대 회사채를 발행해 연간 2000억달러 설비투자 재원을 확보했고 지난 2월에는 알파벳(구글)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320억달러를 조달하며 100년물 파운드화 채권까지 찍었다.
메타,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AI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투자를 위한 조달에 잇달아 나선 결과, 최근 발표된 주요 빅테크 회사채 발행 규모만 1595억달러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채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 조달 비용 증가는 물론,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차입 주체들의 시장 접근성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iM증권은 "전쟁 조기 종료와 미국의 출구전략도 중요하지만, 단기적으로는 호르무즈 해협발 에너지 공급망 차질을 해소하는 것이 유가 안정을 이끌 '핵심 스위치'"라고 진단한다.
이는 고유가가 촉발한 국채금리 상승과 신용위험 확대를 진정시키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할 변수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전략비축유 방출만으로 시장 불안을 달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지정학 리스크의 구조적 완화 없이는 에너지·채권·사모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peterbreak2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