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범행 후 정황 좋지 못 한데다 피해 대부분 회복 안 돼"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자신을 미국 투자회사에 다니는 1000억원대 고액 연봉자라고 속여 내연녀에게 수천만원을 가로챈 40대 남성이 징역 6월을 선고받았다.
23일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권모(44) 씨는 2017년 2월 A씨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서로 DM(Direct Message·인스타그램 내 쪽지 기능)을 주고받으며 친해졌다. 두 사람은 각자 가정이 있었지만 이내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후 돈이 필요하게 된 권씨는 허위 경력과 재력 등을 내세워 A씨를 상대로 돈을 뜯어내기로 마음 먹었다.
권씨는 같은해 4월 28일 A씨에게 "내가 미국에 살고 있고 씨타델이라는 투자회사를 다니며 연봉은 1800억원"이라며 "조만간 한국에 들어가야 해서 서울 용산구에 있는 트럼프월드에 거처를 구했는데 공사와 관련해 급전이 필요하다. 공사업자 전모 씨 명의 계좌로 돈을 보내달라"고 거짓말했다.
이에 속은 A씨는 2017년 6월 13일부터 총 5회에 걸쳐 전씨의 계좌 등으로 2708만원을 송금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권씨는 미국에 거주하거나 투자회사에 다닌 적이 없었고 트럼프월드에 거처도 구하지 않았다. 빌린 돈을 갚을 능력이나 의사도 없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특히 권씨가 범죄에 활용한 계좌주인 전씨는 공사업자가 아닌 권씨의 전 부인이었다.
결국 권씨는 사기 혐의로 기소됐고, 서울서부지법 형사2단독 김호춘 판사는 권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률상 자신의 혼인관계가 파탄되고 재무적으로 궁박한 상태에 처한데다 2018년 3월경 A씨와의 관계가 파국에 이르게 되자 보복감정에서 A씨의 직장 상급기관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그 모친에게 둘의 관계를 알리는 등 범행 후 정황이 좋지 못하다"며 "피해 대부분이 회복되지 못했고 피해자로부터 용서 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