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길 회장 지난 9~13일 한솔홀딩스 보통주 145만7875주 장내매수...자기자금 44억원 투입
조 회장 지분 10.28%→13.37%로 증가
오는 30일 감자·주주제안 안건 주총...회사·소액주주 연대 표대결 예고
[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공포로 주식시장이 대거 내린 하락장에서 한솔홀딩스 주식을 사들이며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액면가 밑으로 주가가 내린 구간에 자기자금 44억원을 들여 지분 3%를 추가 확보했다. 소액주주들이 2년 연속 주주제안에 나서는 상황에서 조 회장의 지분 확대가 눈길을 끌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은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한솔홀딩스 보통주 145만7875주(지분 3.09%)를 장내매수했다. 취득단가는 2857~3219원으로 총 매수 규모는 약 44억원이다. 조 회장은 자기자금(급여소득)으로 주식을 매입했다. 한솔홀딩스 최대주주인 조 회장 지분은 기존 10.28%에서 13.37%로 늘었다. 최대주주 및 특별관계자 지분도 21.82%에서 24.91%로 증가했다.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사진=한솔그룹] |
한솔홀딩스 주가가 액면가인 5000원 보다 낮은 구간에 주식을 사들이며 지배력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지난해에도 장내매수로 한솔홀딩스 지분을 늘려왔다.
작년 8월 20~23일에는 한솔홀딩스 보통주 45만6424주(지분 0.96%) 취득단가 4181~4487원에 장내매수 했다. 자기자금 약 20억원을 들여서다. 앞서 7월 1~5일에도 한솔홀딩스 보통주 17만1700주(지분 0.37%) 취득단가 5080~5287원에 장내매수했다. 취득 자금은 자기자금 약 9억원이다.
한솔홀딩스 측은 조 회장의 지분 매입과 관련해 "대주주 지분 매입은 회사가 아닌 개인이 진행하는 거라 말할 부분이 없다"고 답변했다.
한솔홀딩스는 지난해부터 배당정책을 요구하는 소액주주들의 주주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소액주주 연대가 회사 측이 내놓은 무상감자 안건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한솔홀딩스는 오는 30일 주주총회 안건으로 자사주 소각 및 액면액 감소에 의한 자본 감소(정관변경)의 건을 상정했다. 자기주식 및 감자 차손을 제거해 2021년 정기 주총부터 배당가능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감자는 주총 특별결의(참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 사항이다.
자본 감소 방법은 자사주 517만5102주 소각 및 주식 액면액 감소(5000원→1000원)다. 감자 후 자본금은 약 2359억원에서 420억원으로 줄어든다. 회사 측은 감자를 통해 발생한 감자 차익 1939억원은 이익잉여금 전입 절차를 통해 배당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소각 외에 주식수 변화는 없다.
소액주주 연대는 자사주 소각은 찬성하지만, 무상감자와 묶어서 하나의 안건으로 하는 건 반대했다. 감자 후 유상증자로 인한 주가하락을 우려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면서다.
소액주주 연대 측은 "현재 한솔홀딩스 주가가 3000원대이므로 증자를 하려면 특별결의를 해야 하지만, 액면가가 1000원으로 바뀐 뒤에는 주가가 1000원만 넘으면 이사회 결의만으로 증자가 가능하다"며 "회사 측이 주주가치 제고 및 배당제원 보유라는 명목 하에 감자를 하고, 향후 M&A(인수합병)·운영자금 및 대주주 지분 확보를 위한 증자 유혹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로고=한솔홀딩스] |
한솔홀딩스는 작년 주총에도 액면액 감소(5000원→1000원) 감자를 주총 안건으로 올렸다. 하지만 주주들이 회사에 배당가능이익 확보를 위해 자본금을 감소시키는 방식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해 주총 전 안건을 철회했다.
당시 한솔홀딩스는 "자본구조 개선 및 배당가능이익 확보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 차원으로 진행하는 자본 감소를 재무구조가 악화된 기업들이 단행하는 통상 무상감자로 오해하거나, 회사가 무상감자 후 유상증자를 실시할 것이라는 등 주가에 부정적인 루머가 확산돼 주주들의 우려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소액주주 연대는 배당 요구 대신 이사보수 한도를 기존 4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안건을 주주제안 했다. 한솔홀딩스가 흑자를 기록했지만, 주주들에게 배당을 못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소액주주 측은 주장했다.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회 위원후보로는 KB손해보험 설계사인 이상희씨를 주주제안 했다. 감사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면서다.
한솔홀딩스 측은 소액주주 연대의 주주제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솔홀딩스 이사회 및 사추위는 "이상희 후보자의 임원 경험은 접착테이프 제조 중소기업 삼성테이프 영업본부장(2011~2016년)이 유일하다"며 "다양한 사업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지주회사인 한솔홀딩스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있는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한솔홀딩스 이사보수 한도는 40억원으로 자산규모가 비슷한 국내 순수 지주회사 평균(약 49억원)과 비교할 때 낮은 수준"이라며 "보수한도를 사내이사 수로 나눈 인당 보수한도 역시 10억원으로 비교 대상 지주회사 평균(약 13억) 대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해 소액주주 연대가 상정한 주주제안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주주연대 측은 유상감자 안건과 함께 사내이사 후보로 김택환씨를 주주제안했다. 유상감자는 보통주 123만5712주(발행주식총수의 3%)를 주당 1만1000원총(총 136억원)에 소각하자는 내용이다.
한솔홀딩스는 한솔그룹의 지주회사다. 주요 수익은 한솔브랜드 사용자로부터 수취하는 상표사용수익, 경영자문 제공을 통한 경영자문수익, 자회사 등으로부터 수취하는 배당금수익이다. 자회사로 제지회사 한솔제지(지분 30.49%), 파워모듈(전자제품에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무선 충전기 모듈 생산업체 한솔테크닉스(지분 20.26%), 제재·목재 가공업체 한솔홈데코(23.32 %) 등을 두고 있다.
작년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416억원, 118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 53.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57억원을 기록해 흑자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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