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떠나며 '무주공산'...윤건영 vs 김용태
'서울 구로을' ..보수에게는 대표적 '사지'(死地)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제21대 총선에서 서울 구로을은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선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과 미래통합당 후보로 나선 김용태 의원이 맞붙는 지역이다.
두 후보는 현역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불출마 선언하며 무주공산이 된 구로을을 차지하기 위해 불꽃 튀는 쟁탈전을 벌일 채비를 마쳤다.
윤 후보는 구로을이 민주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주당 깃발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다. 반대로 김 후보는 정권심판론을 주안점으로 구로을 수복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사진=윤건영 실장 페이스북] |
◆ '서울 구로을'...보수에게는 대표적 '사지'(死地)
서울 구로을은 신도림동·구로동·가리봉동 등을 포함하고 있는 선거구다. 구로디지털단지(구로공단)가 자리해 친노동 성향 유권자가 많다. 아울러 신도림동 재개발 과정에서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됐다.
그만큼 구로을은 대표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구로 꼽힌다. 2000년 제16대 총선부터 지금까지 5번의 총선에서 모두 민주당계 후보가 금배지를 달았다.
현재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재임하고 있는 박영선 의원이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2008년 제18대 총선부터 지금까지 구로을에서 내리 3선을 하고 있다.
박 의원은 제20대 총선에서 54.1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됐다. 2위인 강요식 당시 새누리당 후보(31.51%)를 약 23%포인트 차이로 따돌린 것이다. 그만큼 보수에게 구로을은 '사지'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 박영선 떠나며 '무주공산'...윤건영 vs 김용태
다만 박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 선언하면서 구로을 민심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모두 전략적 승부수를 택했다.
민주당은 '친문'(친문재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공천했다. 윤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불린다. 그만큼 그는 여당의 힘있는 후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는 지난달 "문재인 정부에게 부여된 촛불개혁을 완수하는 밀알이 되고 싶다"며 "문 대통령의 참모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으로 대전환의 시기를 열어왔던 국정 경험을 이제 구로를 위해 쏟아붓고자 한다"고 했다.
반대로 통합당에서는 3선의 김용태 후보를 '자객공천' 했다. 인지도 높은 인사를 전략 배치해 '죽음의 땅'에서 기필코 승리를 거두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이번 선거를 위해 자신의 지역구(서울 양천을)마저 포기했다.
김 후보는 "구로을은 종로와 더불어 서울 총선 승부의 시금석"이라며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라면 구로을에 출마할 윤 전 실장은 문재인 청와대의 대표"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를 하고 있다. 2019.10.04 leehs@newspim.com |
◆ 4·15 총선의 축약판, 판세는
우선 윤 후보에게 유리한 측면은 구로을의 밑바닥 표심이 민주당을 향한다는 점이다. 약 20년 동안 민주당 깃발이 꽂혀있던 지역인 만큼 상대적으로 주민 우호도가 높다.
다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해 지속적인 경제불황 등으로 문재인 정권에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윤 후보에게 불리한 측면이다.
반대로 김 후보에게는 문 정권에 대한 여론 악화가 호재로 작용한다. 김 후보는 '정권심판론'을 기치로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강조하며 바닥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유권자와 대면이 어려운 상황이란 점은 변수다.
현재 두 후보는 주민 접촉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 윤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김 후보에게는 유리한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선거 유세 기회 자체가 줄어들면서 선거 구도가 구체적 공약보다는 '정권 심판론'이라는 거대 의제 중심으로 짜여질 공산이 크다는 점도 김 후보에게는 유리한 정황이다.
4·15 총선의 축약판이라고 불리는 '구로을' 쟁탈전에 세간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sun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