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택씨, 2017년 미국 진출 때부터 4년째 동행하며 아들 뒷바라지
투어프로·로드맵·식생활·연습방식 등 철저히 벤치마킹하고 연구해 데이타 제공
'아시아선수 최초 마스터스 챔피언 되고 최경주의 8승 넘어서는 것'이 목표
[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임성재(22)가 1일 미국PGA투어 혼다 클래식에서 투어 첫 승을 올리자 많은 사람들이 캐디의 공을 추켜세웠다. 캐디는 캐나다 교포이자 프로골퍼인 앨빈 최였다.
그러나 임성재를 잘 아는 사람들은 우승의 일등공신으로 그 아버지 임지택씨(55)를 꼽는다. 캐디는 이번 대회에서 한 번 백을 메었을 뿐이지만, 아버지는 4년동안 아들을 뒷바라지해왔기 때문이다.
임성재가 골프에 입문한 것은 세 살 때다. 거실에 있던 아버지의 클럽을 만지작거리면서 골프를 접했다.
2018년 겨울 한국에 와 카메라 앞에 선 임성재와 그 아버지 임지택씨. 임성재의 미국PGA투어 첫 승 뒤엔 아버지가 있다. [사진=KPGA] |
1998년3월생인 임성재는 2015년 한국과 일본에서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통과했고 그 이듬해 양국에서 동시에 프로로 데뷔했다. 그러고 2017년 미국PGA 2부투어(당시 웹닷컴투어) 문을 두드렸는데 그 때부터 아버지가 동행했다.
아버지는 단순한 '동행'에 그치지 않고 매니저 역할까지 겸했다. 그것은 철저한 연구에서 시작됐다.
"로드맵을 잘 짜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처음에는 2~3년 2부투어에서 뛸 생각을 했습니다. 투어 선수들의 연습 방식, 루틴, 식생활, 행동 양식, 성적, 스케줄, 장단점 등을 철저히 연구했습니다. '지피지기이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것들을 데이타화해 아들에게 제공했습니다."
아버지의 뒷받침에 아들도 화답했다. 2017년 말 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 2위를 하면서 2018년 2부투어 시드를 땄다.
임성재는 웹닷컴투어 개막전에서 우승하고 두 번째 대회에서 2위를 했다. 그러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상금랭킹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시즌말에는 또한번의 우승을 추가했다. 그 투어를 거쳐간 버바 왓슨, 제이슨 데이 등의 사례를 연구해 정보를 건네준 아버지의 힘이 컸다.
2019년 미국PGA투어에 데뷔한 임성재는 기다렸다는듯이 '닥치는대로' 대회에 출전했다. 임씨는 "어렵사리 획득한 투어카드인만큼 놓치지 않으려고 가능한한 많은 대회에 출전하게끔 했다"고 말한다.
데뷔연도에 투어 챔피언십(상위 30명만 출전)에 나갔고, 신인왕에 올랐으며,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한 것으로 요약되는 임성재의 눈부신 성취는 익히 알려졌다. 임성재 본인의 재능이 유달랐지만, 아버지의 뒷바라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성재는 목표가 뚜렷하고 승부욕이 강합니다. 아이언샷 정확도가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고요. 그래서 그런지 난코스와 톱랭커들이 많이 출전한 대회에서 성적을 잘 냅니다. 단점이라면 게임이 잘 안풀릴 때 감정을 노출하고 남은 홀을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는 거죠." 임씨의 진단이다.
부자(父子)가 세운 단기 목표는 투어에 잔류하고, 그 중에서도 '톱30'에 들며, 나아가 세계랭킹 10위안에 진입해 세계 톱랭커들과 경쟁하는 것이었다. 두 가지는 이뤘다. 그의 지금 세계랭킹은 25위다.
장기 목표에 대해 임씨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에서 우승하고, 최경주가 투어에서 기록한 8승을 넘어서는 것이다"고 밝혔다.
'임(Im)의 우승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쓴 외국 언론이 적지 않다. 임성재의 골프백을 메는 캐디는 앞으로도 바뀌겠지만, 임성재 곁에는 늘상 아버지가 있을 것이다. 부자는 미국에 집을 마련하지 않았다. 당분간 집을 살 생각도 없어보인다. 노마드처럼 매주 대회를 좇아 동가숙서가식한다. 대회장과 호텔을 오가는 생활을 계속하는 한 아버지의 역할은 선수 다음으로 클 수밖에 없다. ksmk754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