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금했다 알리고 은행 사칭한 '가짜 문자' 발송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지난 11일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서 65만원짜리 명품지갑을 팔려던 A씨는 하마터면 물건값을 받지 못한 채로 지갑을 구매자에게 보낼 뻔했다. 구매자가 A씨의 계좌로 돈을 입금했다고 하면서 허위로 은행의 입금 알림 문자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A씨는 입출금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돈이 입금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물건을 보내지 않았다.
#B씨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만난 구매자에게 20만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팔기로 하고 본인의 계좌번호를 전달했다. B씨는 돈을 입금했다는 말을 들은 뒤 입금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게임 아이템을 전달했지만 뒤늦게 계좌에 돈이 입금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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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국내 최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종 사기 수법이 등장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0.02.17 clean@newspim.com |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신종 사기 수법이 등장했다. 은행을 사칭한 가짜 입출금 알람 문자메시지(SMS)를 보내 실제로 돈을 입금한 것처럼 속여 중고물품 판매자로부터 물건만 받아 챙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사이버사기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7년 9만2636건 발생했던 사이버사기는 2018년 11만2000건, 지난해 13만6074건으로 3년 새 46.8% 늘었다. 검거 건수 역시 2017년 2만6137건에서 2018년 2만8757건, 지난해 3만1331건으로 19.9% 증가했다.
특히 중고거래 시장 확대에 따라 중고거래 관련 사기도 갈수록 활개치는 모양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고차 시장을 제외한 중고시장 규모는 연간 20조원대로 추정된다. 2016년 독자적인 모바일 앱을 출시한 뒤 국내 최대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가 된 중고나라의 경우 2018년 거래액만 3421억원에 달한다.
중고거래 사기가 늘면서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중고나라가 처음 개설된 2000년대 초반에는 판매자가 돈을 받은 뒤 물건을 보내지 않거나, 판매 물건 대신 벽돌이나 쓰레기 등을 택배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 2006년 초 비영리 사기 피해 정보공유 사이트인 '더치트'가 개설됐지만 이를 피하기 위한 사기범들의 수법이 더욱 교묘해지면서 여전히 사기 사건의 온상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은행이 입금 알람을 문자메시지로 보낸다는 점에 착안한 신종 수법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은행이 실제 사용하는 발신번호로 바꿔 허위 입금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식이다. 판매자들은 자신의 집 주소와 휴대전화 번호까지 노출한 구매자에게 별다른 의심 없이 물건을 보내면서 이 같은 사기가 횡행하고 있다.
A씨는 "문자메시지 발송 번호 역시 해당 은행 인터넷뱅킹 번호여서 하마터면 속을 뻔했다"며 "계좌 확인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나 인터넷 뱅킹을 잘 모르는 고령층은 쉽게 속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관계당국도 현재로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대응팀을 운영하는 금융감독원은 사건에 대한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금융사기대응팀 관계자는 "돈을 사기범에게 잘못 입금한 피해자들은 계좌 지급 정지 등을 통해 막아볼 수 있지만, 은행 사칭으로 물건을 발송한 경우에 대해서는 보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사이버사기 집중단속에 나선 경찰 역시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국에 있는 모든 사건을 다 파악하긴 어렵다"고 했다.
clean@newspim.com